민주·정의당 잇따라 찾은 원희룡…전세사기 채권매입 '평행선'

오문영 기자 2023. 4.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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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논의를 위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논의를 위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 발의를 하루 앞둔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찾았다. 피해 복구가 시급한 만큼 신속하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으나, 공공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방안을 두고는 여전히 견해차를 보였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잇따라 회동했다. 각각 한 시간 정도 면담이 진행됐고, 특별법 제정을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과 심 의원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7일 의원 입법을 통해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장기 저리 대출 및 국세 채권 안분 방안을 담은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우선매수권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가 우선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또 국토부는 이날 임대인의 조세채권 안분 방안도 특별법에 담기로 결정했다. 임대인이 10억원의 세금을 체납했고, 보유주택이 100채라면 주택마다 1000만원씩 조세채권을 나눠 배분한다는 것이다. 법안과 별도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경매에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원 장관은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는 지금 (정부안이) 만들어진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다"며 "각 대안의 적용 대상이나 요건, 절차 등과 관련해서 법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의견들을 주셨는데, 저희가 볼 때도 적절한 주문들이 많았다"고 했다.

김 의장도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정부 대안들을)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하고 우려도 제기했다"며 "우선매수권 관련해서 경매를 할 때 일명 '꾼'들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거나, 피해자들이 추가 대출하는 경우의 이자 문제 등 여러 가지를 얘기했고 (원 장관이) 진지하게 수용 또는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정부가 사실상 경매 대행을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시간과 절차로부터의 고통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추가로 했다. 그는 "피해자가 임대인들의 채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며 "(원 장관이) 이 부분에 대해 필요성을 이해했고 충분히 검토해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수해 해당 임차인에게 우선 보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해당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선제적으로 구제한 뒤 추후 경매·공매·매각 절차 등을 통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정부는 사기 피해에 공공 재정이 투입된 전례가 없고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원 장관은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는 하되, 우리 정부는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방침은 확고하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대신 금융이나 복지, 긴급 생활자금 지원이라든지 부분에 대해선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단 내용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에 쓰인 비용을 추후에 구상권 청구를 통해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도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원 장관은 이어 "선순위 채권 없이 이미 다른 채권자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기존 채권에 보증금 반환액을 합친 돈을 지출해야만 물건이 넘어온다. 나중에 구상하기 위해서는 최대 200%까지 지출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그 자체로 불가능한 구상을 달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선(先) 반환 후(後) 구상'이 아니라 '선 반환 무(無) 구상'"이라고 말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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