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정환 "누리호 노하우 한화에 전수···민간 기술자립 가능성 시험대"

고흥=김윤수 기자 2023. 4.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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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내달 24일 '실용위성' 발사
1·2차보다 난도 올라 새 도전 직면
위성·우주선 개발사 확보에도 중요
우주 꿈 키우는 한화에어로
내년 발사체 제작부터 직접 주도
주력산업 연계해 기업 성장 발판
[서울경제]

“세 번째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민간 주도 우주개발이라는 ‘뉴스페이스’ 구상의 첫발을 내딛게 됩니다. 민간기업이 기술을 전수받아 앞으로는 스스로 누리호를 만들고 쏘아 올릴 능력을 확보해나가는 출발점이 될 테니까요. 부담이 적지 않지만 남은 한 달 동안 발사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24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에서 누리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우주발사체(로켓) 누리호의 3차 발사를 한 달여 앞둔 24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만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시험 발사로 누리호 자체의 성능을 검증했다면 이번에는 민간의 기술 자립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조립동 내에서 발사체를 점검하는 10여 명의 엔지니어들 속에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속 직원이 항우연 연구원들의 누리호 점검 작업을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에 보관 중인 누리호.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번 3차 발사는 다시 없을 실습 기회다. 고 본부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에 항우연을 보조하며 습득한 누리호 제작과 발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당장 2025년 4차 발사, 또 그보다 앞서 내년 시작할 발사체 제작부터는 직접 임무를 주도해야 한다”며 “항우연이 계속 참여하겠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3차 발사를 잘 넘겨서 자신감을 갖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을 대신해 300여 개 기업이 만든 37만여 개 부품이 균일한 성능을 내도록 조립하고 테스트하며 누리호의 발사를 총괄하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 3차부터 2027년 6차까지 누리호를 네 차례 반복 발사하는 정부 사업(누리호 고도화 사업)에 참여하는 동시에 나로우주센터 인근인 순천시에 발사체 조립 시설인 단조립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고 본부장은 “항우연도 뉴스페이스 비전에 발맞추기 위해 300여 개 기업이 협력해 발사를 준비하는 새로운 업무 방식이 민간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앞선 두 차례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사 준비에 부담이 큰 것은 이러한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24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 본부장이 3차 발사 준비에 특별히 결의를 다지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다른 기관이 만든 실제 위성을 쏘아 올려주는 발사 용역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도한다”며 “국내외 위성, 우주선 개발사들을 누리호의 고객사로 확보하려면 이번 성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보관 중인 누리호.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3차 발사의 목표는 180㎏짜리 지구관측위성인 차세대 소형 위성 2호, 우주날씨 관측용 군집 위성인 도요샛 등 소형·초소형 위성 8기를 저마다의 공전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실전이라는 부담감 외에 기술 난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다. 가령 차세대 소형 위성 2호는 해 질 녘인 오후 6~7시쯤 하늘에서 태양전지판을 태양 쪽으로 펼쳐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데 이는 1시간의 ‘론치윈도(발사 가능 시간대)’ 안에 위성을 발사하지 못하면 실패로 끝난다는 의미다. 위성 8기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20초 간격으로 분리하는 위성 사출 역시 항우연이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누리호는 이를 극복해야 이후 500㎏짜리 차세대 중형 위성 3호(4차), 궁극적으로는 당초 계획대로 1.5톤급 대형 위성을 쏘아 올릴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 다음 달 24일 이곳에서 누리호 3사 발사가 이뤄진다.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 본부장은 이런 누리호 사업에 더해 국내 주력 산업과 우주산업 간 시너지 창출이 이뤄져야 정부의 뉴스페이스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첫 민간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스페이스X처럼 산업을 이끌 정도로 성공한 우주기업이 탄생하는 일은 해외에서도 드문 일”이라며 “특히 투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한국은 반도체·전자·통신 등과 연계해 위성·우주선 분야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발사체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발사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고 본부장은 부연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24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는 길이 47.2m, 최대 지름 3.5m의 3단 중대형 액체 엔진 발사체로 현재 조립동에서 대기 중이다. 수백 ㎏이나 1톤이 넘는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중대형 액체 엔진을 자체 개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뿐이다. 두께가 1.5㎜에 불과한 연료 탱크 제작, 엔진 여러 기가 1기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클러스터링, 3400도·60기압의 극한 환경을 가진 연소실 제어 등의 독자 기술이 적용됐다. 누리호는 다음 달 24일 오후 6시 24분 발사를 앞두고 각종 엔진과 비상용 폭발 장치 등에 필요한 200㎏의 화약류가 지난주 장착됐다. 이번 주에는 화약류의 폭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이 누리호 기체 주변을 맴돌며 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누리호는 다음 주초 입고되는 위성과 결합된 후 발사일에 맞춰 조립동에서 1.8㎞ 떨어진 발사대로 옮겨져 카운트다운을 기다린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보관 중인 누리호.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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