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쏟아지고 은행채 만기도래…기업 ‘돈줄’ 막힐라

조해영 2023. 4. 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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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대규모 발행에 이어 다음 달부터 만기가 다가오는 은행채 규모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지 우려된다.

채권을 사들일 수요가 위축될 경우 그나마 있는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은행채에만 몰려갈 수 있다.

시장에 은행채 물량이 많아지면 투자자들 수요가 이 채권으로 쏠릴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채권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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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신용등급 낮은 회사들
채권 통한 자금조달 어려워질까 우려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한전채 대규모 발행에 이어 다음 달부터 만기가 다가오는 은행채 규모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지 우려된다. 채권을 사들일 수요가 위축될 경우 그나마 있는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한전채·은행채에만 몰려갈 수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23조4808억원에 달한다. 만기도래 은행채 규모는 6월과 7월에도 각각 20조8501억원, 21조7611억원으로 매달 20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5∼7월 월평균(17조1310억원)과 올해 1∼4월 월평균(16조8708억원)과 비교하면 큰 규모다.

은행채는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은행들은 만기가 도래하면 새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 상환에 나설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자 은행채 월별 발행 한도를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의 100%로 권장했는데, 이달 들어선 125%로 완화했다. 은행들이 갚아야 하는 기존 채권 물량보다 더 많은 새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 입장에선 오는 6월 종료되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완화 조처 등을 고려하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넉넉히 확보해 놓고 싶은 유인이 존재한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등급은 AAA로 초우량채라는 점이다. 시장에 은행채 물량이 많아지면 투자자들 수요가 이 채권으로 쏠릴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은 채권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때 그나마 있는 채권 수요를 은행채 등 우량채가 쓸어가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발행 자제를 요청했던 이유다.

한전채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초우량 채권으로 이 역시 신용등급이 AAA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서 발생하는 적자를 한전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올 초부터 이달 24일까지 발행된 한전채 순발행액은 8조3천억원에 달한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지연될수록 한전채 발행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채와 더불어 한전채도 채권시장 수요를 쓸어가는 시장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연초에 살아났던 채권시장 투자 심리는 점차 식는 모습이다. 경기 둔화 우려와 계절 요인 등이 원인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에는 ‘레고랜드 사태’뿐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채권시장 수요가 최악이었다”며 “올해 연초엔 기관투자자들이 자산 운용에 필요한 채권을 사들이느라 수요가 늘었으나 이들이 목표 물량을 어느 정도 채웠기 때문에 채권시장 수요가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 이하를 중심으로 채권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면서 회사간 자금조달 양극화 조짐이 보인다. 지난 21일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엘에스(LS)일렉트릭(신용등급 AA-)은 2년물(400억원)과 3년물(600억원) 모두 민간채권평가사 평가금리보다 11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대한항공(BBB+)의 이달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5985억원이 몰렸다. 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으로 케이씨씨(KCC)건설(A-)은 900억원 모집에 13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신용등급 A 이하에서는 우량 그룹의 계열사인지 아닌지 등이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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