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내 채굴 기업-의회 갈등?…'크립토 성지'로 도약하는 과정"
리 브렛처(Lee Bratcher) 텍사스블록체인협회장 인터뷰
[편집자주] 텍사스는 전 세계적인 '크립토(가상자산) 성지'로 알려져 있다. 친(親) 가상자산 법안과 값싼 전기료를 기반으로 비트코인 채굴 기업을 끌어들였으며, 채굴 기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있지만,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업계와 의회가 서로 간 갈등을 조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최근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텍사스의 사례는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적 가상자산 규제 흐름에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뉴스1>은 '크립토 성지' 텍사스를 직접 방문, 세 차례에 걸쳐 텍사스의 비트코인 채굴 산업과 관련 정책들을 조명해본다.
(오스틴=뉴스1) 박현영 기자 = 중국 채굴 기업들을 끌어들이며 세계 1위 비트코인 채굴 지역으로 도약한 텍사스가 최근 채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혜택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값싼 전기료와 '크립토 친화'적 정책으로 채굴 기업들을 끌어들였으나, 최근 텍사스 의회 상원이 채굴 기업 대상 혜택을 대폭 줄이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업계와 주 정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텍사스 내 가상자산 업계는 이 같은 갈등을 극복하면 텍사스가 더 큰 '크립토 성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비트코인 채굴 산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업을 끌어들인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블록체인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리 브렛처(Lee Bratcher) 텍사스블록체인협회(Texas Blockchain Council, TBC) 협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텍사스가 가상자산 산업을 기반으로 '뉴(New)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텍사스는 현재도 PoR(준비금 증명) 관련 법안, DAO(탈중앙화자율조직)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일 정도로 가상자산 정책 면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나 주에서도 참고할 점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굴 기업 혜택 제한" 상원 법안에 '강력 반대'
텍사스블록체인협회는 텍사스 소속 가상자산·블록체인 기업 100여곳이 회원사로 소속된 텍사스 최대 블록체인 기업 연합이다. 주로 텍사스 의회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정책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비트디어(Bitdeer), 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 등 굵직한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소속된 연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의 혜택을 제한하는 법안 'SB(Senate Bill) 1751'을 반대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SB 1751의 주요 내용은 채굴 기업이 'ERCOT(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의 '수요 대응 프로그램(Demand Response Program)'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ERCOT은 텍사스 전력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텍사스 내 전력 수요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ERCOT은 전기 사용을 멈추는 기업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수요를 다시 조절한다. 이른바 '수요 대응 프로그램'으로, 채굴 기업들은 이 프로그램을 또 하나의 수익원으로 이용해왔다. 채굴을 하지 않을 때에도 전기 사용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인센티브를 획득, 수익을 창출해온 것이다. 이에 텍사스 상원은 채굴 기업들이 수요 대응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많이 이용한다고 보고, 전체 프로그램 이용자 중 채굴 기업의 비중을 10%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브렛처 창립자는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 발의가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브렛처 창립자는 "일부 정책 입안자들은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전기를 많이 쓰고, ERCOT의 프로그램을 단순히 수익원으로만 이용함으로써 텍사스 전체 전기료를 올린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안자들은 채굴 기업들이 오히려 전기료를 낮추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RCOT의 프로그램은 ERCOT이 기업들로부터 전력을 다시 사들이고 비용(인센티브)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때 채굴 기업들은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재판매한다"며 "결과적으로 텍사스 전체 전기료를 낮추는 데 기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브렛처 창립자는 채굴 기업들만 ERCOT의 수요 대응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한다는 오해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채굴 기업들만 ERCOT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버는 게 아니다"라며 "실제로 화학 회사들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오히려 법안이 통과되면 화학 회사들이 더 이상 채굴 기업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므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오해에 대한 해명을 의회에 적극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폐기되고 채굴 기업들은 권리를 그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의회-업계 갈등, '뉴 실리콘밸리' 되기 위한 기회"
브렛처 창립자는 이 같은 갈등 상황을 나쁘게만 보지 않았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에 관한 오해를 풀어나가며 다른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할 수 있다고 봤다.
일레로 비트코인 채굴은 전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함으로써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텍사스는 조금 다르다. 텍사스 내 채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브렛처 창립자는 "텍사스 채굴 기업들은 재생 에너지를 매우 많이 쓴다.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기업도 있고, 주로 재생에너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태양광 등으로 채굴 사업을 운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텍사스 자체가 미국 내에서 재생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주이기도 하다. 30% 수준으로, 이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다른 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메사추세츠는 7%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갈등이 해결되면 텍사스가 더 '크립토 친화'적인 주로 도약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브랫처 창립자는 "텍사스는 현재도 PoR(준비금 증명) 관련 법안, DAO(탈중앙화자율조직)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라며 정책 면에서 많이 발전했음을 내세웠다.
준비금 증명이란 가상자산 사업자들, 특히 거래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준비금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지난해 'FTX 사태' 이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텍사스 의회는 이 같은 사업자에게 준비금 증명을 요구함으로써 투자자 보호를 도모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브렛처 창립자는 "준비금 증명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FTX 사태 이후 가상자산 업계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준비금 증명 관련 법안은 다른 주들도 굉장히 관심 있어 하는 법안이다.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DAO 법안 역시 그가 통과되길 기대하는 법안 중 하나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부분이 DAO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법안들을 발판으로 텍사스가 진정한 '크립토 성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브렛처 창립자는 밝혔다.
그는 "텍사스는 이미 크립토 친화적인 곳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가상자산 산업을 통해 '뉴 실리콘밸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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