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기업 업고 성장"…텍사스는 어떻게 채굴 기업들을 빨아들였나
중국 규제 틈타 '크립토 친화' 천명…채굴 기업 몰려 '크립토 성지'로
[편집자주] 텍사스는 전 세계적인 '크립토(가상자산) 성지'로 알려져 있다. 친(親) 가상자산 법안과 값싼 전기료 덕분에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몰려들었고 현재는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유치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있지만,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굴 관련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 업계와 의회가 서로 간 갈등을 조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최근 정무위원회 첫 관문을 통과한 가운데, 텍사스의 사례는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적 가상자산 규제 흐름에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뉴스1>은 '크립토 성지' 텍사스를 직접 방문, 세 차례에 걸쳐 텍사스의 비트코인 채굴 산업과 관련 정책들을 조명해본다.
(오스틴=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태동하던 2017~18년,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 채굴 시장의 주도권은 단연 중국이 거머쥐고 있었다. 비트메인(Bitmain), 비트 마이닝(BIT mining) 같은 굵직한 채굴 기업도 모두 중국 기반이었다. 한때 전 세계 채굴 비중의 70%를 차지한 기업 풀린(Poolin)도 홍콩 기반이지만 대부분의 채굴장을 중국 본토에서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 정부는 본래부터 가상자산 거래 및 채굴을 금지하는 입장이었으나, 2021년부터는 채굴장을 단속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직접 금지 입장을 발표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가 시작됐다. 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 채굴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들을 끌어안은 건 미국이다. 특히 텍사스는 값싼 전기료와 '크립토 친화'적인 정책을 무기로 채굴 기업들을 끌어모았다.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중국 규제도 벗어나고 싶은 채굴 기업들의 '니즈'를 간파한 것.
텍사스는 인민은행이 채굴 금지를 재차 강조하기 전인 2021년 5월에 이미 '텍사스 가상자산 법안(Texas Virtual Currency Act, TVCA)'을 마련, 일찌감치 가상자산 기본법을 시행해오고 있었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투자자 권리를 보호하는 게 TVCA의 골자다.
텍사스 주지사 그렉 에보트(Greg Abbott)가 '친(親) 가상자산' 인사이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가상자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던 지난 2021년 6월 "텍사스가 크립토 리더가 될 것"이라는 트윗을 올리며 가상자산 지지자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텍사스의 '크립토 친화'적인 정책 문화는 채굴 기업들을 끌어모으기 충분했다.
이에 더해 값싼 전기료는 채굴 기업들이 텍사스에 모이는 주된 이유가 됐다.
비트코인 채굴에 전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이유는 비트코인이 작업증명( Proof of Work, PoW) 방식으로 채굴되기 때문이다. PoW란 특정 해시값(목표값)을 찾기 위해 반복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연산 수행을 통해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을 하면 채굴자에게는 비트코인 보상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연산 수행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여기에 전기 에너지가 소모된다. 채굴 기업들은 수많은 채굴기를 돌리며 연산을 수행하므로 전기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여러 전력 회사가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텍사스는 세계에서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전력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춰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천연 가스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력 수요가 크게 높아지면 전력 회사가 기업으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전력을 다시 사들이는 제도가 있다. 이는 텍사스 전력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비영리기관 'ERCOT(Electric Reliability Council of Texas)'을 통해 이뤄진다. 텍사스 내 전력 수요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ERCOT은 전기 사용을 멈추는 기업에게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수요를 다시 조절한다.
이 같은 ERCOT의 '수요 대응 프로그램(Demand Response Program)'이 채굴 기업들에게는 또 하나의 수익원이 된다. 채굴을 하지 않을 때에도 전기 사용을 일시 중단함으로써 인센티브를 획득,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채굴 기업들은 일제히 텍사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 지역을 중심으로 채굴장들이 모여들었다. 세계 최대 채굴 기업 중 하나인 풀린(Poolin)은 텍사스 오스틴으로 운영 본부를 옮겼고, 역시 대형 채굴 기업인 비트메인(Bitmain)도 오스틴 근교 로크데일(Rockdale)에 채굴장을 대규모로 확장했다. 중국 기반 기업뿐 아니라, 미국 최대 채굴 기업인 라이엇 블록체인(Riot Blockchain) 역시 로크데일에 채굴장을 크게 늘렸다.
채굴 기업들의 이주를 기반으로 텍사스, 특히 오스틴은 이른바 '크립토 성지'로 성장했다. 채굴 기업뿐 아니라 여러 블록체인 기업들이 오스틴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오스틴 현지에서는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ATM 기기를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Consensus)'역시 지난 2022년부터 오스틴에서 열렸다. 올해 컨센서스 역시 오스틴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들의 이주에 힘입어 텍사스 주 의회는 더 많은 가상자산 법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 의회에는 FTX 사태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얼마만큼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것)'을 요구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또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의 운영 방식에 대한 이른바 'DAO 법'도 발의된 상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대부분은 DAO 형태로 운영된다.
국내에서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지난 25일 약 3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투자자 보호는 1단계 입법 수준임을 고려했을 때, 이미 준비금 증명과 DAO 관련 법안까지 나아간 텍사스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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