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강경헌 “체력적 한계에 대상포진까지, 두려움 컸던 캐릭터”[EN:인터뷰①]

이하나 2023. 4.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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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하나 기자]

배우 강경헌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오아시스’ 속 강여진의 복잡한 심리를 실감나게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4월 25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오아시스(극본 정형수, 연출 한희)’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지는 격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자신만의 꿈과 우정 그리고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몸을 내던진 세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강경헌은 극 중 아들 최철웅(추영우 분)을 향한 비뚤어진 모정으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강여진 역을 연기했다. 강경헌은 “아직도 작품 여운에 젖어있다. 마지막쯤엔 정신적으로 힘들면서도 끝나는 게 아쉽더라. 배우들도 ‘20부작을 갔어야 했다’라면서 다들 아쉬워했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닥터로이어’, ‘환혼’에 이어 ‘오아시스’까지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 온 강경헌은 체력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강경헌은 “어느 날 대상포진이 생기더라. 얼굴로 와서 깜짝 놀랐다”라고 회상했다.

그런데도 ‘오아시스’는 강경헌에게 ‘잘해보고 싶다’라는 의욕을 부르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요즘 방송가에서 보기 힘든 시대극이라는 장르적 특성도 관심을 끌었다. 강경헌은 “대본을 보고 인간 냄새가 풀풀 나는 작품 같았다. ‘모래시계’ 같은 느낌도 들었다. 꼭 같이하고 싶었고, 잘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감독님께도 계속 ‘작품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라며 “이번 작품은 시청자 층에 다양하더라. 어른들은 본인이 살아왔던 시대 얘기를 해주니까 향수를 느끼고, 젊은 세대에게도 어려운 내용은 아니니까 반응이 좋았다”라고 답했다.

실제 ‘오아시스’ 속 배경이 되는 시대를 공유한 강경헌에게도 다양한 장면에서 추억이 소환 됐다. 강경헌은 “사람들이 두학(장동윤 분)이와 철웅이를 너무 까맣게 만든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는 다들 수업하고 나면 뛰어놀고, 일주일에 한 번 목욕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실제 그때 아이들의 모습이었다”라며 “극에서 신체검사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팬티가 너무 하얗더라. 조금 더 회색이거나 고무줄도 늘어나 있어야 했다(웃음)”라고 설명했다.

강경헌은 ‘오아시스’ 속에서 한복을 비롯해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시대 고증과 인물의 성격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스타일링에 고심했다. 강경헌은 “스타일리스트와 수천 장을 공유하고 회의하면서 계속 콘셉트를 정하고, 옷을 입고 수정하면서 정성을 많이 들였다. 고위층의 품위를 살리면서도 야망은 넣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단정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헤어도 처음에는 한복에 어울리는 걸 했지만, 서울 올라와서 야망을 드러낼 때는 황충성(전노민 분)에게도 예쁘게 보여야 했고, 사업가의 카리스마도 살려야 했다. 여기에 시대적인 것도 넣어야 하니까 시행착오 끝에 긴 생머리에 옆머리는 쫙 붙이고 뒷머리는 볼륨감을 살렸다. 단점은 얼굴이 조금만 부어도 커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강경헌은 강여진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전 느꼈던 두려움을 털어놨다. 자신조차 너무 용서가 안 되는 역할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강경헌은 “이중적인 역할이다 보니 전작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보는 사람들이 질려하면 어떻게 할까’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대본을 보면서 전작들과 다른 점들을 찾아 나갔다. ‘환혼’에서는 야망과 욕망을 가진 인물이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잠깐씩 아닌 척을 했다면, 여진은 고상하게 태어나 그렇게 자란 사람이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잘못된 선택을 한 거다.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라고 전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한 강경헌은 솔직한 자신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컸다고 설명했다. 강경헌은 “극 중 다른 인물들에게는 감정을 들키지 말아야 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잘 보여야 하니 어느 정도까지 표출되어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았다. 이번에도 충성에게 중호(김명수 분)가 협박을 한다고 몰아가서 중호를 죽게 하지 않나. 거짓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굉장히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강경헌은 촬영 중 기억에 남았던 순간도 공개했다.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 감정을 끌어다 쓰고 연구하면서 강여진과 강경헌을 분리하지 못한 순간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극 중 철웅이가 주먹이 까져왔다는 대본을 볼 때부터 속상했었다는 강경헌은 “이 신만큼은 여진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신이다. 약간 소란스럽고 집중이 안 되도 하고 싶었다. 영우에게 ‘아들 엄마 좀 안아줄래?’라고 했을 때 ‘네 엄마’라고 안아줬는데, 진짜 아들 같더라. 10~20초 꼭 안고 눈을 봤는데 그 순간만큼은 철웅이가 진짜 내 아들 같았다. 배우들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현재 차기작을 조율 중이라는 강경헌은 당분간은 정서적으로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신만의 힐링 방법에 대해 강경헌은 “원래는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더라. 무언가를 집중하고 만들거나, 피아노 연습을 하고, 운동하면서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라며 “혼자 여행을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휘몰아쳤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서서히 가라앉더라”라고 말했다.

(사진=강경헌 소속사)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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