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중 15시간은 총소리”···총소리 공포 속 수단 탈출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루 24시간 중에 15시간은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멀리서 들리느냐 가까이서 들리느냐 뿐이었습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내전이 격화한 수단에서 탈출한 교민과 대사관 직원들은 수단을 떠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들려오는 총소리에 시달렸다. 이번 ‘프라미스’(Promise) 작전을 통해 수단을 빠져나온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을 만나 “교민들도 총소리를 가장 불안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무력 충돌이 시작된 15일 체육복 차림으로 슈퍼마켓에 갔다가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바로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는 “옷을 챙기러 갈 시간도 없어서 8일 동안 같은 티셔츠만 입고 지냈다”면서 “9개 지역에 흩어져있던 교민들을 대사관으로 다 모이게 하고 나서 캐리어 2개에 급하게 옷만 쓸어서 담아왔다”고 했다.

특히 현지 통신 사정이 점점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사태 초반만 해도 통신 사정이 유지됐는데 교민들을 대사관으로 이동시켜야 할 때는 통신이 잘 안됐다”며 “한 분을 데리러 가려면 전화를 10번, 20번씩 걸어야 연결되는 상태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또 10㎞ 거리에 검문소가 대여섯개나 들어선 터라 30분 거리를 2∼3배나 걸려 움직여야 했다.

이 당국자는 “교민들은 (수단 수도인) 하르툼을 떠난 것만으로도 해방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며 “포트수단에서 우리 공군기를 보았을 때 ‘살았구나’하고 안도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주수단한국대사관 직원을 포함한 수단 교민 28명은 지난 23일 수도 하르툼 대사관에서 차량으로 1170㎞ 거리를 36시간 동안 달려 다음날 포트수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급파돼 공항에 대기하던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으로 이동했고, 제다 공항에서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타고 25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