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폭격에 폐허된 우크라 축구팀, 브라질서 부활하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지역 중 하나다.
작년 2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도네츠크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이 항구 도시를 포위하고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추산에 따르면, 마리우폴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만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도시가 사라질 위기 상황에서 축구는 사치일 수밖에 없다.
1960년 창단한 마리우폴의 축구 클럽 FC마리우폴은 포화 속에 해체됐다. 2021-2022시즌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1부)에서 최하위에 처져 있다가 전쟁이 터지면서 경기가 취소돼 꼴찌로 시즌을 마친 FC마리우폴은 지난해 5월 마리우폴이 러시아에 함락되며 더는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구장과 훈련 시설 등이 파괴되자 마리우폴은 선수와 코치진, 직원들과 계약을 해지하며 올 시즌 리그에 불참했다.
그런데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이 구단이 지구 반대편에서 부활했다.
안드리 사닌 마리우폴 부회장은 25일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경기를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우리를 잊어버린다”며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있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가 축구의 나라 브라질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브라질엔 우크라이나인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파라나주 구아라푸아바란 마을로 전체 인구의 75%인 4만명이 우크라이나 혈통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사닌 회장은 “이 마을을 연고로 한 팀인 아틀레티카 바텔이 우리의 정신을 계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라나주 3부 리그에 있는 바텔이 기꺼이 팀 이름을 FC마리우폴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팀 로고와 유니폼도 마리우폴이 쓰던 주황색 계열로 바꿨다. 비록 브라질 선수들이 뛰는 팀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FC마리우폴이란 이름은 축구계에서 계속 살아 숨 쉬게 됐다.
알렉스 로페스 바텔 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FC마리우폴이 다시 우크라이나에서 뛸 수 있을 그날까지 명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브라질 사람들에게 유럽의 문을 열어주었듯 이제 브라질이 우크라이나인들을 환영하고 FC마리우폴을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공동체의 70% 이상이 우크라이나인이거나 그 후손이기 때문에 FC마리우폴은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사닌 마리우폴 부회장은 “전쟁이 끝나면 브라질 선수들을 마리우폴로 꼭 초대하고 싶다”며 “우리의 홈 구장인 볼로디미르 보이코 스타디움에서 다시 주황색 유니폼을 볼 그날을 기다린다. 우리의 도시 마리우폴도 FC마리우폴처럼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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