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조4천억 적자 …"2분기가 바닥"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4.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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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2분기째 적자에도
감산효과·고객사 재고축소 등
'반도체 한파' 출구신호 감지
"불황골 깊어 개선폭도 클것"
美, 對中 장비통제 긍정 관측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3조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 이후 반등할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길었던 반도체 혹한기의 출구가 보인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26일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0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2조8596억원)에 비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240억원 적자) 이후 1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2개 분기 연속 적자는 2011년 3분기부터 2012년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이후 11년 만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조881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8%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2조58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9872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부진이 1분기에도 지속되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졌다"며 "전 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이 최악을 면치 못했지만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매출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를 옥죈 재고 누적·가격 하락·매출 부진 등의 겹악재가 1분기에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는 해소되는 수순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우선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고객 재고가 올해 1분기를 지나며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삼성전자의 감산 대열 합류로 2분기부터 메모리반도체 공급 기업들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 재고 수준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내에 재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미 메모리 가격이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한 만큼 가격 탄력성에 따라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감산에 의한 공급 축소가 맞물리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투자 축소로 업계 공급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년에는 제한적인 생산 증가만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불황의 골이 깊었던 만큼 호황기의 개선 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시각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고객 심리 변화가 확연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변화는 있다"며 "하반기 준비를 위해 구매를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에 쓰이는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시장과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에 이용되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김 부사장은 "올해 DDR5 128기가바이트(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HBM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버 고객이 가진 재고 대부분이 이전 세대인 DDR4 제품이기에 올해 수요는 DDR5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 조치 연장과 관련해서도 SK하이닉스는 긍정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김 부사장은 향후 중국 공장 운영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장비 수출 통제 자체에 대해서도 유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노력을 최대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2분기에 저점을 지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2.22% 오른 8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한때 3.74% 오르기도 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업계 전반적으로 감산을 결정한 점이 향후 수급에 도움이 돼 올해 3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AI 수요 확대도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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