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와 동떨어진 볼넷 행진···KIA의 물음표, 이의리 미스터리
이의리(21·KIA)는 지난 25일 광주 NC전에서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5안타를 맞았고 몸에 맞는 공 1개를 포함한 4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몸에 맞는 공은 2회초 만루에서 나왔다.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내줬다. 4회 만에 투구 수가 87개로 치솟자 0-1로 뒤진 5회초 시작과 함께 KIA는 불펜을 가동했다.
이의리는 26일 현재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 1.99를 기록하고 있다. 준수해 보이는 기록이지만 이의리는 아직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볼넷이다. 이의리는 올시즌 5경기에서 22.2이닝을 던져 22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20개 이상 볼넷을 기록한 투수는 현재 이의리뿐이다. 시즌 초반인데 9이닝당 볼넷이 8.74개다. 그 다음으로 많은 투수는 댄 스트레일리(롯데)로 5.79개를 기록 중이다. 이의리의 볼넷은 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원래 그렇게까지 볼넷을 많이 주는 투수는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29경기에서 154이닝을 던지는 동안 74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4.32였던 볼넷 비율이 올시즌 초반에는 2배로 뛰었다. 평균자책으로도 알 수 있듯, 주자를 쌓아놓고도 실점은 거의 하지 않지만 투구 수가 일찍 차면서 기대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올시즌 초반, 유난히 제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의리는 KIA의 부진한 출발과도 연결된다.
이의리는 KIA가 시즌 전 전력 계산 단계에서 기본은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투수다. 외국인 투수를 2명 다 교체한 올시즌 KIA에서는 양현종 외에 믿고 출발할만한 선발이 이의리뿐이기도 하다.
현재 숀 앤더슨이 외국인 1선발다운 위력을 보여주고 있고 에이스 양현종도 순조롭게 출발하며 KIA를 끌어올리려 애쓰고 있다. 아도니스 메디나가 기대보다 더디게 출발하는 와중에 이의리까지 볼넷으로 투구 수가 폭등해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KIA 마운드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KIA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메디나와 이의리 가운데 한 명은 먼저 일어나야 한다.
이의리의 5경기째까지 지켜본 김종국 KIA 감독도 볼넷에 대한 염려를 드러냈다. 김종국 감독은 “공짜 출루가 많으면 언젠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볼넷을 줄이도록 제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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