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보다 '나만의 여행'…숙소 큐레이션·메타버스 관광 뜬다
트립비토즈, 여행 영상 올리면 보상
스테이폴리오 'MZ 감성' 숙소 제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적극 나서
한국 맛집·핫플레이스 정보 제공
크리에이트립 '여행+금융' 서비스
중동·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
호스피탈리티, 현지 호텔 솔루션 사업
야놀자·여기어때는 '외형 확대' 전략
여행을 하면서 돈도 버는 이른바 ‘T2E(Travel to Earn)’ 서비스. 국내 여행 스타트업 트립비토즈가 내건 사업 모델이다. 이용자는 관광지 등을 다니며 촬영한 영상을 트립비토즈 앱에 공유할 수 있고, 다른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보면서 숙소 등이 마음에 들면 곧바로 예약할 수도 있다. 영상은 ‘좋아요’ ‘댓글’ ‘공유’ 등을 통해 순위가 매겨지고, 인기 영상을 올린 이용자에겐 앱에서 쓸 수 있는 ‘트립캐시’라는 현금성 보상이 이뤄진다.
야놀자, 여기어때 등 1세대 여행 스타트업과 차별화하며 새로운 경험을 주는 여행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여행 업체가 ‘최저가’ 등을 내세우며 이용자를 끌어들였다면 이들 스타트업은 여행자들이 참여하는 맞춤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다.
여행에 새로운 경험을 준다
‘숙박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 이용자를 주로 겨냥하고 있다. 남들이 다 가는 여행지나 숙박 시설보다 나만의 경험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허투루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숙소를 찾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한다. 여행자의 감성과 동선 등을 고려해 숙박 공간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스테이폴리오는 최근 제주 서귀포 성산읍에 있는 신개념 숙박 시설 어라운드폴리를 인수했다. 어라운드폴리는 기존 펜션과 캠핑의 장점을 결합한 숙소를 제공한다. 1만4800㎡(약 4500평) 규모의 부지를 카라반, 캐빈 등으로 꾸며 감성을 살린 곳이다. 2018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스테이폴리오는 호스피탈리티(숙박업소에서의 접객)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자회사로 스테이에셋을 설립했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호스피탈리티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트립비토즈는 다양한 여행 정보를 ‘짧은 동영상’으로 제공한다. 여행의 탐색과 예약, 공유, 회고 등을 위한 38만여 개의 사용자 창작 콘텐츠(UGC) 영상을 확보했다. 커뮤니티와 커머스 기능도 갖췄다. 트립비토즈 사용자는 앱에서 호텔 예약 내역, 메시지, 여행 영상 등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동영상을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각특수효과(VFX) 업체인 자이언트스텝과 협업에 나섰다.
자이언트스텝의 가상인간 ‘이솔’을 활용한 여행 콘텐츠 리뷰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여행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사용자는 언제, 어디에서나 여행지를 직접 방문한 듯한 경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온 마이리얼트립은 자유여행객을 겨냥한 신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표 상품은 일본 오마카세 식당 예약 서비스다. 말이 통하지 않아 일본 식당 예약에 어려움을 겪던 이용자들을 위해 예약·결제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천·도쿄·나리타 면세점 등의 상품별 가격도 비교해준다.
외국인 관광객, 세계 시장도 공략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크리에이트립은 틀에 박힌 관광 코스를 벗어나 한국에서 최근 뜨는 맛집과 ‘힙한’ 장소, 놀거리 등을 추천해주는 여행 정보 플랫폼이다. 외국인 취향에 맞는 헤어숍, 병원, 액티비티, 콘서트 등의 예약도 중개한다. 환전, 보험, 선불카드 등 여행 관련 금융 서비스까지 확장했다. ‘한류 여행계의 네이버’가 되겠다는 포부다. 임혜민 크리에이트립 대표는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여행객이 첫 예약부터 한국을 떠날 때까지 모든 것을 우리 플랫폼에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는 H2O호스피탈리티는 글로벌 숙박산업의 디지털 혁신(DX)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 법인을 세웠다. ‘탈(脫)석유 정책’으로 관광산업을 키우려는 사우디가 중동시장 공략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는 “5성급 호텔의 중심은 미국이나 중국이 아니라 중동”이라며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현지에 호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숙박 스타트업 지냄은 최근 베트남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스타트업인 엠엔엠호스피탈리티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엠엔엠호스피탈리티는 베트남에서 300객실 이상의 호텔, 리조트, 생활형 숙박시설 등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모바일 여행 가이드를 제공하는 여행 스타트업 누아는 작년 말부터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누아는 AI를 통해 관광지 리뷰를 자동 요약해 주는 서비스를 한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여행 책자 등을 ‘공부’하지 않아도 빠르게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다.
‘제 갈 길 가는’ 대형 업체들
그동안 국내 온라인 여행(OTA) 시장을 주도해온 야놀자, 여기어때 등 대형 플랫폼은 각각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우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야놀자는 잇단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클라우드 솔루션 사업을 확대해 왔다. 관련 사업을 위해 2021년 세운 야놀자클라우드는 최근 호텔객실관리시스템(PMS)을 운영하는 미국 인소프트를 830만달러(약 110억원)에 사들였다. SK디앤디와는 프롭테크 합작법인도 세웠다.
여기어때는 본업인 레저·관광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여행 상품 등에 공을 들이며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여기어때는 지난 2월 기준 월간 이용자 수(MAU) 304만 명을 기록해 야놀자(309만 명)를 바짝 따라붙었다.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OTA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4332억달러(약 580조원)에 이른다. 2026년에는 69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리면서 여행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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