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김봉진까지 조사, 테라사태의 전말…권도형·신현성이 “새 화폐” 주장한 이유는
지난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충격을 던졌던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루나’ 관련 사기 혐의로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25일 검찰에 기소됐다. 테라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현재 몬테네그로에 구금돼 있고, 검찰은 신 대표를 포함해 테라·루나와 관련된 인물 8명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김봉진 창업자와 야놀자 관계자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신 전 대표가 창업했던 전자상거래플랫폼 티몬의 유모 전 대표는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됐다.
해외로 도피한 권 대표 외 여러 인물의 이름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오르내린 이유는 테라·루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온라인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2018~2020년 ‘테라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테라와 공동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테라의 사업모델을 ‘투자자들을 속인 사기’라고 봤다. 테라·루나 사태의 전말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Q. 테라는 어디에 쓰였고, 차이코퍼레이션은 또 어떤 회사인가
신현성·권도형 등 테라폼랩스 창업자들이 창업 초기 주장했던 테라의 사용처는 “전자상거래 구매 때 추가 할인을 해주는 화폐”였다. 테라의 핵심은 ‘화폐주조차익’에서 나온다. 예컨대 중앙은행이 1만원권을 발행할 때, 실제 종이에 돈을 찍는 비용이 1000원이라면 은행은 1만원권 1장을 발행해 9000원의 차익을 얻는 결과가 된다. 테라폼랩스는 스스로 중앙은행처럼 테라라는 화폐를 발행하고, 발생하는 화폐주조차익을 고객이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배달을 받을 때 더 큰 할인 혜택으로 돌려주겠다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테라·루나를 만든 테라폼랩스는 가상화폐를 개발·관리하는 회사, 차이코퍼레이션은 테라의 사용처를 찾기 위한 회사였다. 검찰이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전 대표를 동업자로 판단한 이유다.
◇Q. 테라를 실제 현실에서 쓸 수 있었나
신 전 대표와 차이코퍼레이션은 배민·야놀자·티몬·한화 갤러리아를 비롯해 큐텐·티키와 같은 글로벌 커머스 회사들과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0년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페이’와 카드도 출시했다. 편의점에서 차이카드로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신 전 대표는 “차이페이는 가상화폐 테라와 블록체인을 결제에 이용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일반 결제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차이페이에 마치 테라 블록체인이 이용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약 3년간 차이페이 결제정보 1억7000만 건을 무단 도용해 블록체인 시스템에 복제했다”고 했다. 차이페이 결제는 일반 현금결제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가상화폐가 현실에 쓰였던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Q. 루나와 테라는 무슨 관계?
가상화폐인 테라가 화폐처럼 쓰이려면 테라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테라의 가격 안정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쌍둥이 화폐 루나가 등장했다. 테라(UST)는 개당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되는 화폐였고,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이용해 테라의 가격을 1달러에 맞췄다.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회사는 루나를 발행해 시장의 테라를 사들여 테라 가격을 높였다. 반대로 테라 수요가 늘어 테라 가격이 1달러를 넘어가면 회사가 테라를 추가로 발행해 공급 물량을 늘렸고, 여기서 얻은 주조차익 일부로 루나 유통량을 조절했다. 중앙은행이 국채와 단기 금융상품 등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처럼 루나를 활용해 화폐 메커니즘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를 맡기면 20% 이자를 주겠다”는 가상화폐 예금 상품(앵커 프로토콜)도 출시했다. 하지만 이 구조는 테라의 지속적인 수요가 뒷받침되고, 신규 테라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야만 가능한 구조였다. 검찰은 “실제 테라가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아 수요가 적었고, 신규 투자자가 없으면 뒷받침되지 않았던 예금 상품”이라며 “전형적 다단계 사기”라고 판단했다.
◇Q. 신 전 대표의 해명과 법적 쟁점은
신 전 대표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 “권도형 대표와는 2년 전 결별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중단했으며, 테라와 앵커 프로토콜 등의 구조에 대해선 신 전 대표가 개입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차이페이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발행한 가상화폐가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신 전 대표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미 두 차례 기각한 바 있다. 가상화폐의 증권성 여부가 아직 회색지대라 실제 법정 공방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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