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인생의 나침반 난중일기
4월 28일은 법정기념일 중 하나인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필자는 이날을 나의 생일만큼이나 소중히 기억한다. 부족한 나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게 한 분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기 때문이다.
역사책을 즐겨 읽으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생 시절 난중일기를 처음으로 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발견했다. 화장실에까지 비치해두고 수도 없이 읽었다. 이순신 장군의 100만분의 1이라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998년 외환위기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이직했다. 금융 구조조정의 출발점인 부실 채권 인수의 중책을 담당하며 어려운 순간들을 수없이 만났고, 불안감을 느낀 날도 많았다. 그때마다 난중일기는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별다른 전과가 없던 명나라 군에게 스스로 세운 전공까지도 내어주었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마음을 얻는 '영업의 귀재'였던 것이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보니 설득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필자의 진심에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어주었고 성공적으로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여러 번 곱씹어 읽은 난중일기에서는 조직 운영의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다. 전멸에 가까웠던 조선 수군을 이끌며 해전에서 무패를 할 수 있었던 장군의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탁월한 전략적 판단과 과감한 결단력, 행동하는 솔선수범, 그리고 엄정한 신상필벌.
캠코의 일원이자 사장으로서 국민을 위한 캠코의 역할을 고민할 때마다 이순신 장군의 이 세 가지 리더십에서 영감을 얻는다.
먼저, 전략적 판단과 과감한 결단력이다. 장군은 정탐선과 척후병으로 상황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 후 전투를 시작했다. 필자는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캠코가 취약한 가계와 기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캠코 1호 영업맨인 필자는 현안이 있는 곳이면 주저하지 않는다. 동료나 후배 직원에게 미루지 않았다. 앞장서서 현장으로 달려가 정부, 국회 등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해결책을 고민했다. 이순신 장군의 솔선수범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이순신 장군은 전투 후 조정에 올리는 장계에 누가 어떻게 공을 세웠는지를 구체적으로 상세히 기록하여 보고했다. 상이 가장 말단 부하에게까지도 내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탈영병에겐 참수 후 군문에 효수하여 군기를 엄정하게 했다. 장군의 신상필벌이다. 직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인사제도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이끌며 그랬던 것처럼 '직원 모두가 행복한 조직' '국가경제의 든든한 방파제'인 캠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내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을 맞아, 한산섬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를 생각하던 이순신 장군의 충혼을 다시금 마음속에 기려본다.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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