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추천한 책방지기 문재인 “자주 찾아달라”

김정훈 기자 2023. 4. 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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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책방 영업 첫날 앞치마 두르고 일 도와
수원사는 부부 “1호 손님 되려고 새벽 출발”
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6일 경남 양산 평산책방 안내데스크에서 일을 돕고 있다. 김정훈 기자

“책방 1호 손님이 되려고 먼 곳에서 밤새 달려왔어요”

경기 수원에 사는 50대 부부는 26일 경남 양산 평산책방 1호 손님이 되려고 새벽에 출발해 아들이 좋아하는 과학서적 3권을 샀다. 이들은 덤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키운 ‘적치마상추’ 새싹을 선물로 받았다. 새싹삼·완두콩·대파 등 이날 준비한 새싹 104개가 오전에 모두 소진됐다.

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만든 평산책방이 전날 현판식에 이어 이날 첫 개업을 했다. 개점 전부터 서울·부산 등에서 온 손님들과 동네 주민들이 책방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책방 건물은 베이지색 타일, 하얀색 외벽, 기둥으로 마감하고 창문을 크게 내 밝은 분위기를 냈다. 지붕 일부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26일 경남 양산 평산책방에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주민 신모씨(60대)는 “개업을 걱정하는 마을 주민도 있지만 대부분 환영한다”며 “평산마을에 젊은 사람이 거의 없는데 마을에 벌써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바깥대문 쪽, 책방 건물 출입구에는 ‘평산책방’ 간판이 달렸다. 마당은 크게 넓지는 않지만 책 저자와의 대화 등 책방 행사를 진행하기에 무리는 없어 보였다. ‘평산책방’ 소개 팸플릿에는 ‘책의 힘을 믿습니다. 책은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꿔 나간다고 믿습니다. 문재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평산책방은 서점과 함께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한다. 책방에는 문 전 대통령이 소장한 책 1000권을 포함해 기증 도서와 신간을 더해 3000권이 비치돼 있다. 책방과 책방 안 작은 도서관을 둘러본 40대 김모씨 부부는 “작은 공간인데 소설·사회·인문·역사·취미 등 볼 만한 책들이 다양하게 있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부부(왼쪽)가 26일 경남 양산 평산책방을 찾아 1호 손님으로 책을 구매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평산책방은 저자와 독자가 만나 토론하는 공간, 마을 주민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주민 윤모씨(70)는 “동네 주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다”며 “자주 놀러 와야 겠다”고 말했다.

청바지를 입고 책방지기로 나선 문 전 대통령은 오후 3시부터 50분 가량 책방 일을 도왔다. 문 전 대통령은 마당에서 수십명의 손님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앞치마를 두른 문 전 대통령은 안내데스크에서 손님들의 계산을 돕고 책도 추천했다.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는 한 손님의 요청에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무척 기쁘다”며 “한 번만 오시지 말고 자주 책방을 찾아 달라”고 책방지기로 첫 소감을 밝혔다.

26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책방을 찾은 손님들이 대문 입구부터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책방은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마을 주민들이 참여한 운영위원회가 운영한다. 재단법인 평산책방은 지난해 12월 28일 울산지법 양산등기소에 법인 등기를 했다. 법인 목적에 책 판매 등을 추가하는 법인 정관변경 승인 절차가 끝나 26일부터 책방 영업을 하게 됐다.

법인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과 책방, 도서관 문화를 확산하고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인 안도현, 시인 출신으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국회의원 등 문학계 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한다.

수익은 전액 ‘재단법인 평산책방’에 귀속되고 평산마을·지산마을, 하북면 주민들을 위한 사업과 책 보내기 같은 공익사업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월요일은 쉰다. 책방엔 매니저 3명이 일한다. 문 전 대통령은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 책방지기로 손님을 맞는다.

문 전 대통령은 책방을 열기 위해 지난해 말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의 이웃집 단독주택을 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경호구역(사저 반경 300m) 내 1층짜리 마당이 있는 건물이다. 지난 2월 초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으로 현판식까지 석 달 정도 걸렸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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