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미 첨단기술동맹, 배터리 초격차의 도약대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22개 차량 모델을 공개했다. 모두 미국 자동차업체 생산 차종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중 17개 차량 모델이 우리 기업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IRA 시행으로 미국 자동차와 대한민국 배터리 간의 전략 제휴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배터리 업계는 급성장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고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의 수혜 요건을 맞추기 위해 현재의 한미 배터리 공급망 협력은 현지 생산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는 첨단기술과 인적 교류 분야로 협력의 폭과 깊이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한미 배터리 전략 동맹의 뿌리가 깊어지고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게 된다.
우리는 배터리 양산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응용기술 개발 능력이 우수한 반면 미국은 원천기술과 과학기술 인력, 스타트업 분야의 저변이 뛰어나다.
미국은 반(半)고체 리튬메탈 배터리(LMB), 전고체 배터리(SSB) 등과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 친환경 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술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있어 기술력을 갖춘 대학,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다수 있지만 배터리 양산 기술력은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가진 강점을 잘 결합한다면 서로 윈윈(win win)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대(UCSD)와 차세대 배터리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삼성SDI가 SDI R&D 아메리카(SDIRA)를 설립해 미국 대학, 스타트업과 공동연구에 나선 것이 좋은 사례라 할 것이다.
한미 수교 70주년이 되는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한미 첨단기술 동맹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대통령의 국빈방문 기간인 25일 미국 배터리산업협회(NAATBatt)와 한미 배터리 기술 협력과 인력 교류 활성화를 위한 다자 협력약정(MOU)을 체결했다. 첨단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의 배터리 업계와 연구기관 간에 기술 교류와 인력 교류를 보다 강화하기 위함이다. 상호 보완적인 양국의 배터리 산업이 생산투자 협력을 넘어 미래의 첨단기술 동맹으로 나아가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지난 20일 열린 '2차전지 국가전략회의'에서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이 연구개발(R&D)에 20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차량용 전고체 전지 양산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이 치열한 여건 가운데 우리 혼자 힘만으로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로 나아가려는 가치공유 국가와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배터리 분야에 있어 미국은 상호 신뢰와 상생의 전략적 협력이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수교 70주년을 기념하는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미 배터리 협력이 생산투자 협력에서 첨단기술 동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튼튼한 발판(springboard)이 마련됐으면 한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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