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개 식용 금지법이라는 '오버'
"한국인들이 프랑스인들처럼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파시즘이며 우둔함의 극치다." 세계적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한 말이다. 타인의 관습이 낯설고 충격적이어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에코가 강조한 '문화상대주의'는 국제적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의 개 식용 문화가 비난하거나 금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이미 내려졌다는 뜻이다. 해외에서 개 식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개고기송' 등 인종차별의 형태만 남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개 식용 금지 주장은 오히려 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여당 의원은 "반려인이 1500만명에 달한다"며 개 식용 금지 법률안을 발의했다. 제1야당 역시 "(개 식용 문화가) 손흥민 선수 차별의 빌미가 된다"며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이들의 주장은 기존 개 식용 반대 주장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려인이 많다는 논거는 다수에 의한 강요라는 반박으로, 차별의 원인을 없애겠다는 명분은 굴종적 사대주의라는 비판으로 논파된다.
개 식용 반대 주장이 국내에서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그것이 이성보다 감정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외모가 예쁘고 하는 짓도 살가운 개들에게 애정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을 타인에게 강요할 때 발생한다.
법률안 개정처럼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는 감정에 근거해선 안 된다. 감정은 이성과 달리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매년 5000마리에 달하는 유기견이 발생하는 것은 개를 거둘 때와 버릴 때의 감정이 달라서다. 방송 등에서 개 식용 금지를 역설하던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가 후원자들 몰래 유기견들을 안락사시키고 있던 것도 마찬가지다. 공적인 의사 결정을 할 때는 이런 비일관성이 초래되지 않게 합리성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개 식용 금지 법안이 더 위험한 이유는 생활의 핵심인 음식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먹을지 국가가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면 어디에 살지, 무엇을 입을지도 통제하는 파시스트 국가가 등장할 수 있다.
[김형주 오피니언부 kim.hyu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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