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연금충당부채 1181.3조원

2023. 4. 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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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보험료 부과 회피해온
역대 정부가 굴려온 빚덩이
고수급·저부담 불균형 구조
민간이었다면 벌써 파산선고

2022년 국가결산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는 각각 939조7000억원, 241조6000억원이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 합계액인 국가채무 1067조7000억원보다 더 많다. 연금충당부채는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지급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장부상 명시적으로 확정된 부채가 아니므로 국가채무와는 구분된다. 결산서에서는 연금충당부채는 지급액만 추정한 금액이며, 실제 지출은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우선 충당하고 있어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발생주의 회계 개념으로 볼 때 충당부채는 상응한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이다. 미래 연금보험료 수입은 새로운 연금충당부채를 발생시키는 것이지, 현재의 충당부채를 갚는 용도가 아니다. 굳이 정부의 해명과 결을 맞추자면, 빚내어 빚 갚는 데 쓸 수 있으므로 그리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 된다.

원칙적으로 충당부채만큼 연금적립금이 쌓여 있는 것이 정상이다. 2022년 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립기금은 각각 15조1000억원, 1조2000억원에 불과하여 책임준비금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2022년에 공무원연금은 20조9000억원의 급여지출을 보험료로 메꾸지 못해 4조4000억원의 적자를, 군인연금은 3조7000억원의 급여지출을 메꾸지 못해 1조8000억원의 적자를 국고로 보전했다. 정부의 적자 보전은 과거 누적된 연금충당부채를 갚는 것인데, 갈수록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엄밀히 따져보면 연금충당부채는 현 정부 책임이 아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시행된 이후 63년간 누적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 정부가 허투루 기금을 사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연금충당부채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연금보험료나 세금을 그 당시 국민에게 부과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민간 금융기관이 이렇게 운영했다면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을 것이다. 최고의 신용을 전제로 국가 부채가 용인되고 있을 뿐이다.

충당부채 증가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연금수리적으로 수급·부담이 균형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을 13만266명 증원했다. 노태우 정부 이후 최대 규모이다. 공무원 증원은 단기적으로 보험료 수입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궁극적으로 연금충당부채를 더 많이 증가시킨다.

수급·부담 구조가 불균형한 것은 사학연금과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이다. 국가결산에는 국가가 직접적인 법적 책임이 없는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의 충당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학연금공단은 자체적으로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산정하지 않고 있다. 물론 공적연금의 재정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연금충당부채 산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고 있고, 최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향후 70년까지의 장기 재정전망을 발표했다. 2023년부터 2093년까지의 수입·지출 적립기금의 장래 현금흐름을 보여준 것이지만, 이를 분해하면 연금충당부채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연금충당부채만큼 적립금을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매년 100조원 내외의 적자재정이 구조화되어 있는 우리 국가재정 현실로는 불가능하다. 더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할 일이다. 4대 공적연금 제도에 내재된 수급·부담의 불균형 구조를 균형화시켜 미적립 연금부채가 더 증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요체이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의 1997년 연금개혁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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