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멈춘 인천 미추홀구 주상복합…‘건축왕’이 건축주

100여 명 입주 예정자, 40억원 계약금 선납
지난해 7월 자금난 이유로 공사 멈춰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지난 18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세사기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이른바 '건축왕' A씨가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벌인 또다른 사기 행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26일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공사가 중단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의 건축주가 이 일대에서 약 160명으로부터 보증금 125억원을 편취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천 건축왕' A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4월 준공을 목표로 지하 2층, 지상 20층 높이에 194세대의 민간임대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A씨가 대표로 있던 건설사는 2021년 말 입주자 모집 당시 준공이 완료되고 2년간 전세로 거주하면 분양 전환시 입주 우선권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또 전세가의 90%까지 전세 대출이 가능하고 전세금 반환보증보험도 가입돼 보증금 전액이 보장된다며 3500만원으로 입주가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하지만 건설사 측은 지난해 7월 자금난 등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했고, 이후 입주를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사 측은 공사 지연에 대해 "2022년 9월까지 입주가 가능하다"며 "입주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공사가 중단된 건 A씨가 2021년 초부터 급격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씨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짓고, 그 대출을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으로 갚는 식으로 건축 사업을 확대하다가 보유 주택이 2708채까지 늘면서 가용 자금이 부족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대책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이 건물 입주 예정자들이 A씨에게 낸 전세 계약금은 총 40억원 가량이다. 피해자들은 68㎡와 84㎡로 나뉘는 평수에 따라 각각 보증금의 약 10%인 3000만∼4000만원의 계약금을 낸 상태다.

당시 건설사는 '2년 전세 후 분양 전환' 때 전셋값과 같은 가격으로 입주 우선권을 주겠다고 홍보했기에 전세 보증금이 3억∼4억원 대로 시세보다 비쌌던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입주 예정자는 A씨를 상대로 계약금 반환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 관계자는 "이 아파트의 일부 입주 예정자도 지난주쯤 대책위에 합류했다"며 "이들은 입주도 못 한 채 계약금까지 돌려받지 못해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