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중대재해법 2호 판결, 아쉽지만 환영”
노동계 “가벼운 처벌 관행 벗어날 수 있는 계기”
검찰의 구형, 법원의 양형은 아쉽다는 지적도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의무 위반으로 원청 대표가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중대재해처벌법 2호 판결’을 환영했다. 지난 6일 원청 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중대재해법 1호 판결과 달리 실형이 나온 데 주목했다. 다만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양형에 대해선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은 26일 논평을 내고 “법원이 오늘 한국제강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중대재해법을 적용한 첫 번째 실형 선고로서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고 밝혔다.
한국제강 하청 노동자 김모씨(65)는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방열판 보수 작업 중 낡은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의 방열판에 깔려 사망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결심 공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 대표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중대재해법 1호 판결에서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돼 중대재해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가벼운 처벌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런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심 법원이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수년간 한국제강에서 사용자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연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다. A씨는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2021년 5월 검수 업무를 담당하던 한국제강 40대 노동자가 화물차에 치어 사망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국노총은 “이번 선고는 단순히 중대재해가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은 것이 아니다”며 “중대재해가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지만 사후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원청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재판부가 원청업체인 한국제강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한 것도 진일보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법인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만을 적용하던 기존 법제도 하에서는 법인에 대한 벌금 3000만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중대재해법 1호 판결에서도 원청업체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며 “이번 판결은 종전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3월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사용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검찰, 법원의 전향적 인식 전환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한국제강은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었음에도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중대재해법의 최저형량인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검찰은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범죄의 기본 양형구간을 징역 2년 6개월~4년으로 정했다. 검찰은 스스로 정한 양형기준에도 못 미치는 형량으로 구형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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