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투자 유치의 명암…풀어야 할 숙제는 언급 없었다
국내 매출 87%, 본사로 송금…조세 회피 의혹은?
국내 기업과 소송 중인 망사용료엔 “논의 없었다”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첫 영업 실적이 공개됐다. 넷플릭스로부터 4년간 3조원대의 투자 유치를 끌어낸 것이다. 국내 OTT 업계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이 들어와 산업이 커지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법인세와 망 사용료에 대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아서다.
넷플릭스는 지난 25일 향후 4년 간 시리즈, 영화, 예능 등 작품의 제작을 포함해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로 약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투자 유치는 대통령실과의 3개월 간의 조율 끝에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발표 자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저희 투자가 한국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국 창작업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한국의 문화, 한국의 창작물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아주 환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가 발표되면서 콘텐츠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제작비 조달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외주 제작사에 통상 전체 제작비의 15% 안팎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령 제작비 200억원이 필요한 드라마라면 230억원을 지급해 안정적인 제작과 제작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늘어난 제작비로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다. 특히 넷플릭스는 투자가 결정되면 시나리오 등에 간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표현의 자유까지 철저하게 보장한다는 점에서 창작자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는 반길만한 소식이다.
국내 OTT 업계도 표면적으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지난 25일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국내 OTT 육성 때문에 (넷플릭스 투자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건 반대"라며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작품이 만들어지고 경쟁이 가능하다. 한국 크리에이터, 드라마, 영화에 투자하는 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매출 7733억원에 법인세는 고작 33억원…망 사용료 논란도 지속
하지만 넷플릭스를 향한 비난 여론도 존재한다. 매년 해외 수익 이전과 조세 회피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넷플릭스의 해외 결산보고서와 국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7733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22%(1416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코리아가 넷플릭스 본사에 수수료로 송금한 금액은 6507억4678만원이다. 매출액의 87%를 매출원가 명목으로 본사로 보낸 것이다. 넷플릭스코리아의 매출원가 비중은 2019년 70.5%, 2020년 81.1%, 2021년 84.5%, 2022년 87.6%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지난해 국내 과세당국에 납부한 법인세액은 33억6968만원에 그쳤다. 매출원가 비중을 높이면서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해외로 이전시키고 매출액 대비 법인세 집중은 줄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2021년 넷플릭스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조세회피 혐의로 8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하고 있다. 매출원가를 이용해 법인세를 적게 납부하는 조세회피 방식은 해외에서도 지적당했다. 시정조치를 요구를 받은 넷플릭스는 지난해 이탈리아에 합의금을 냈고, 일본에는 추징금을 납부했다.
망 사용료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구글 등 미국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과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들간의 망 이용 관련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함에도, CP들이 ISP에 대한 망 이용대가 지불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놓고 2020년 4월부터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21년 6월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서비스가 유발하는 트래픽이 상당한 만큼 수백억원대의 망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망 사용료를 두고 국내 업계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넷플릭스이지만 이번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한국의 망 사용료 입장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그런 건 없었다"고 답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한국 콘텐츠를 앞세워 전 세계로부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넷플릭스 측에 국내 산업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던졌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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