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상승 1.5도 이내로 막아도 기후급변 ‘티핑’ 일어날 수도”

김정수 2023. 4. 26. 1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근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평가 종합보고서 요약본(SPM)에서 "온난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급격하고(하거나) '비가역적인 변화'(irreversible changes)의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한국의 기후과학자
‘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하는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가 지난달 서울 연세대 ‘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계속 가면 어떻게 될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최근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평가 종합보고서 요약본(SPM)에서 “온난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급격하고(하거나) ‘비가역적인 변화’(irreversible changes)의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비가역적 변화’란 말 그대로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4개 대학 8개 연구실이 비가역적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안순일(57)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한 1세대 기후과학자로 꼽힌다. 지난 7일 연세대 ‘비가역적 기후변화 연구센터’에서 만나 기후변화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비가역적 기후변화연구센터에서는 어떤 연구를 주로 하는가?

“우리말로 ‘이력현상’이라고 하는 기후의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문제 같은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력현상은 과거에 겪어온 과정이 그 이후 나타나는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기후에서는 특히 티핑(작은 변화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갑자기 큰 변화로 넘어가는 것)이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굉장히 강해진다.

—기후에 이력현상은 왜 나타나는가?

“뉴턴의 관성 법칙과 같다. 이산화탄소가 기후에 일으키는 반응은 이산화탄소가 없어졌다고 해서 그냥 없어지는 게 아니라 꽤 오래 지속한다. 그게 기후가 가진 관성인데, 이 기후 관성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존재하느냐에 따라서 이력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산업혁명 이전 농도까지 줄였다고 해도 기후는 산업혁명 이전 상태로 금방 돌아가지 않고, 그러려면 몇백 년은 더 걸려야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여도 굉장히 오랜 기간 지금과 비슷한 온난화 상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게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 어느 지역에 특별히 더 많이 오래 그런 관성 효과가 남아 있을 것인가 하는 것들을 연구하는 거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증감 실험은 어떻게 하는지?

“실제가 아닌 가상의 기후 모형에서 한다. 기후 현상에 작용하는 물리 법칙을 이용해서 짠 수치 모델 방정식들을 슈퍼컴퓨터를 돌려 풀어나가는 것이다. 기후 모형은 미국 국립대기연구소(NCAR)에서 개발한 것을 가져다 쓰고, 슈퍼컴은 대전의 국가슈퍼컴퓨팅센터와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있는 것을 활용한다. 그렇게 해서 500년에서 1000년 동안의 변화를 분석해보고 있다.”

—연구센터의 기후 모형 실험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달라.

“앞서 말한 대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배까지 증가시켰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실험을 했고, 작년부터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아니라 배출량을 증가시켰다가 다시 감소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배출량을 조작하는 실험에는 이산화탄소가 식생이나 해양 등에 흡수되기도 하고 다시 나오기도 하는 탄소순환 모형까지 결합해 있어 좀 더 현실적인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연구센터에서 기후 모형실험 연구 등을 통해 얻은 성과는?

“비가역적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논문들을 많이 냈고, 최근에는 비가역적 변화 또는 이력현상 이런 것을 수치화해서 ‘글로벌 맵’을 만들어 그것이 그렇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대한 메커니즘을 설명한 논문을 냈다.”

안 교수가 말한 ‘글로벌 맵’은 증가했던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는 데 따른 지표 기온과 강수량 회복 정도를 정량화하는 방법을 개발해 세계에서 처음 만든 ‘기후 회복성 지도’를 말한다. 안 교수 연구팀과 포항공대·한양대·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주립대 연구진이 함께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

—기후변화 예측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것은?

“우선은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다.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기후 강제력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인데, 그게 얼마나 정확하게 또 예측한 형태로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는 쪽으로 간다면 굉장히 좋은 시나리오를 하나 가진 것이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갈 테니 가장 정확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기후 모형들이 가진 편차를 계속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기후 현상에 대한 물리적 이해도를 더 높이고, 지금보다 좀 더 고해상도로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기후 모형을 발전시켜야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의 범위를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학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을 쌓아오는 과정에 한국은 국력이나 학계의 연구 역량에 걸맞은 역할을 해왔나?

“지금까지 어느 정도는 부합되게 해 온 것 같다. 하지만 기후 과학 자체보다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 하는 것에 기후 연구의 중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 사실 적응 정책을 세우는 데도 기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한 요소인데, 그런 부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어떤 방향의 기후변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지?

“기후변화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온도 상승 예측치의 불확실성의 범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됐을 때 한파나 열파, 가뭄, 홍수 등과 같은 극한 기상 극한 기후가 얼마나 많이, 어느 지역에 발생할 것이냐 하는 쪽으로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도 혹시 티핑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문제들을 조금 더 관심 있게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온난화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면 티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나?

“한 20년 전에는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서 적어도 3도 내지 5도 이상 증가해야 티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얘기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1~2도가 증가해도 티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온도상승 억제 목표를 1.5도 내지 2도까지 얘기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우리가 목표를 이룬다 하더라도 티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그런 티핑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례를 꼽아 본다면.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열대지역의 산호초다. 산호초의 많은 양이 없어질 것이라는 데는 과학자들 사이에 상당한 동의가 이뤄진 것 같다. 그다음으로 그린란드 육빙, 서남극 빙하 같은 것들도 티핑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요인들로 본다. 그래서 1도나 2도 정도 올랐을 때 그런 데서 티핑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하는 것들이 매우 큰 관심사다. 또 자오면 순환이라고 하는 해양의 거대한 순환도 있다. 관측 결과를 보면 북반구 전 지역이 과거 50년과 비교해 다 따뜻해지고 있는데 북대서양 지역만 유일하게 거의 온도가 안 올라간 상태에 있다. 자오면 순환이 약해지면서 열대나 아열대 쪽에서 올라오는 에너지양이 줄어 해수면 온도 증가가 매우 약해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 순환이 완전히 멈춰 설지 그냥 속도가 느려지다가 말지 그건 아직 미지수다.”

—엘니뇨(동태평양 열대 해역의 수온이 주기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엘니뇨가 있고 거기에 반대되는 현상인 라니냐가 있는데 과거엔 그 둘이 서로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대칭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두 현상의 크기뿐 아니라 전개와 진화 과정, 공간적인 패턴에서도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을 비선형 역학으로 설명하는 연구를 많이 했다. 또 평균적인 기후 상태가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변함에 따라 엘니뇨가 수 십년 주기를 두고 변해 나가는 것에 대한 연구도 재미있게 했다.”

—엘니뇨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지?

“엘니뇨를 정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인데, 아직은 그 편차가 더 증가할 거라고 딱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태평양 전체의 해수면 평균 온도가 올라가는데, 평균 온도 27도에서 1도 오를 때보다 28도에서 1도 오를 때 훨씬 더 강한 대기의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 관점에서 미래 온난화 상태에서 엘니뇨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데는 다 동의하고, 실제 강한 엘니뇨들이 조금 많아질 거라는 논문들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해수면 온도의 변동성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아직은 좀 불확실성이 크다.”

—연구자로서 은퇴하기 전까지 이뤄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질문은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무엇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엘니뇨가 여러 개의 다른 얼굴을 보이게 하는 엘니뇨의 복잡성 또는 다양성, 대서양과 인도양 등이 태평양의 엘니뇨에 영향을 끼치는 개입 문제 등이 연구 주제로 많이 잡히고 있어 관심 깊게 보고 있다. 센터에서 티핑 문제, 비가역성 문제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 그런 것들이 지역별로 달라지는 원인이 무엇이고 지속성을 갖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하고 싶다.”

글·사진/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