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제 무참한 포획에 멸종된 '한국 표범' 백두대간 서식 가능성 제기

전인수 2023. 4. 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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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의 생태계 조사를 위해 설치된 무인센서 카메라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맹수가 포착됐다.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 표범 추정 발자국 이 일(一)자로 나 있다.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일제강점기 일본인 포수들의 무참한 사살·포획으로 한반도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 표범이 생태계가 풍부한 동해시 지역 백두대간에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다양한 흔적과 증거들이 발견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동해시 백두대간에 인접한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동해시 백두대간 상월산~두타산 해발 600~1300m 일대에서 표범으로 보이는 발자국들과 멧돼지 등 큰 짐승들을 사냥한 흔적이 지난 2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특히 10여년 전 백두대간의 생태 조사를 위해 설치된 무인센서 카메라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점박이 실물 맹수가 촬영되기도 해 한국 표범의 서식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동해 백두대간 아래 마을이 고향인 김흥우 사진작가는 4월 초 고대유적 조사차 상월산~두타산 지역을 산행하던 중 멧돼지가 큰 이빨에 물린 자국과 함께 뜯어먹혀진 모습을 봤다고 했다. 이같은 일을 20여년동안 10여차례 이상 경험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2004년 봄, 고대유적 조사팀과 함께 동해지역 백두대간을 답사하던 중 해발 1000여m 지점에서 직경 10㎝ 정도 되는 외줄로 난 동물의 발자국을 보고 표범이 지나간 흔적임을 직감했다. 호랑이·표범 등 맹수들은 네 발을 갖고 있지만 일(一) 자 형태로 걸어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 표범 추정 발자국으로 역삼각형의 발뒷꿈치 부분이 10㎝ 정도 된다.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지난 2009년 초여름에는 표범 추정 발자국 발견 지점으로부터 2㎞쯤 떨어진 곳에서 머리와 몸통 뼈가 그대로 보존된 산양의 사체를 발견해 사진으로 남겼다.

이후에도 지난 2011년 3월 눈 쌓인 산에서 멧돼지 사체를 발견했다. 사냥할 때 물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0㎝ 정도 간격의 굵은 이빨 자국, 살을 뜯어 먹고 가죽만 남겨둬 멧돼지 형체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등 맹수, 즉 표범이 사냥한 것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주위에서 표범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도 포착됐다. 발자국이 또렷하진 않지만 크고 뭉툭한 역삼각형 모양의 뒷발굽과 짧고 넓은 발가락 5개가 명확히 보이고 외줄로 걸어간 10여개의 발자국도 나타났다.

2012년 8월 해발 900여m 지점을 지나고 있는데, 다릅나무 위 1.5m 정도 높이에 고라니로 보이는 동물의 사체가 3분의 1 정도 먹힌 상태로 걸려 있었다. 너무도 충격적인 모습이라 위험함을 감지하고 사진만 찍고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 다음날 조심스럽게 그 곳에 갔을때 고라니 사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의 인기척을 느낀 표범이 남겨둔 먹이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호랑이나 표범 등 맹수들은 먹이를 한번에 다 먹지 못할 경우 나무에 걸어놓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작가는 이같이 멧돼지·고라니·산양·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무에 걸려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확보하고 있다.

▲ 백두대간의 생태계 조사를 위해 설치된 필름 무인센서 카메라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맹수가 포착됐다.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2012년 12월에는 생태계를 관찰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무인센서 카메라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점박이 맹수가 촬영됐다. 1973년 서울대공원에서 마지막 한국 표범이 죽은후 처음으로 실물 표범(추정)이 포착된 순간이었다. 2019년 여름에는 고라니 사체를 발견한데 이어, 올 4월초 너구리로 보이는 동물의 뼈와 가죽이 나무에 걸려 땅바닥까지 늘어뜨려져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한 한국 호랑이·표범 생태연구가는 “한국 표범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멸종위기에 놓여 1970년대 중반 마지막 표범이 최후를 맞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 이후 번식해서 생존하고 있다는 흔적이 없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발자국·배설물·실물 등 사실에 근거한 전문적인 조사를 통해 만약 강원 백두대간에 표범 서식 사실이 확인된다면 전세계가 관심가질만한 큰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 너구리로 추정되는 동물이 맹수에게 잡아먹힌 뒤 나무에 걸려서 가죽과 뼈가 땅바닥까지 이어져 있는 모습.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동해시 백두대간 해발 1000여m 지점에는 호식총(虎食塚)이라는 돌무덤이 있다. 마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은 길인 이 곳에는 100여년 전만해도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에게 물려간 화전민의 수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특히 큰 길로 다니는 걸 좋아하는 호랑이는 사람을 해친후 머리를 돌무더기 위에 얹어 두고 갔다. 그렇게 호환을 당한 사람 머리에 떡시루를 뒤덮은뒤 쇠꼬챙이를 꼽아 호환 무덤인 것을 표시했는데, 이를 호식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마을주민들 사이에선 지금도 이 지역에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작가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지켜 본 결과 생태계가 엄청나게 풍부하고 다양해 맹수가 서식할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특히 백두대간 지역에는 수십년간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맹수들이 안전하게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다릅나무 위 1.5m 지점에 걸려 있는 고라니 모습.표범이 고라니를 사냥해서 1차로 먹은후 남은 사체를 나무에 걸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김 작가는 “발자국의 크기, 동물을 사냥해 1차로 먹은 후 나무에 걸어놓는 습성, 무인센서카메라에 찍힌 맹수 모습 등의 흔적을 통해 표범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너구리 정도를 잡아먹을 수는 있는 어미 삵일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그보다 더 큰 짐승을 사냥할 수 있는 맹수는 표범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표범의 왕국이라 불렸을 정도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표범 수천마리가 살았던 한반도. 그러나 일제강점기 일제가 공식적으로만 호랑이 500여마리, 표범 1000여마리를 사살하거나 포획하는 만행을 저질러 한국 호랑이·표범의 개체수를 절멸시켜 번식 가능성을 원천 봉쇄, 멸종을 유도했다.

▲ 멧돼지 사체에 간격이 10㎝ 정도 되는 맹수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이후 지난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 발견돼 생포된 수표범은 서울 창경원으로 이송된 후 다시 서울대공원으로 보내졌으나 1973년 8월 19일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순환기 장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결국 일제의 잔인한 표범 절멸정책으로 한국표범은 한반도에도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같은 표범의 흔적이 생태계가 풍부해 생존 가능성이 높은 백두대간에서 발견된 것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한국표범은 현재 러시아 연해주 변방 하산 지역에서 100여 마리가 근친교배를 통해 종족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0여년전부터 두만강 근처인 이 곳 표범 서식지를 국립공원 ‘표범의 땅’으로 명명하고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어 북한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동해시 백두대간 더받이령 정상에 재현됐던 호식총(虎食塚) 모습. 이 호식총은 2015년 12월 재현됐으나 현재는 도난당해 없고, 그 자리에 호식총 푯말과 안내판만 남아 았다.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 더받이령 정상 호식총 자리에 설치된 푯말 모습.사진제공=김흥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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