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과학용어] 캘리포니아 밤하늘에도 등장한 ‘오로라’...한반도에서 볼 수 있을까

송복규 기자 2023. 4. 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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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 에너지 입자가 대기와 충돌해 발생
활발해진 태양 활동… 오로라 더 많이 나타난다
화려함의 이면… 통신·GPS 장애 원인
1770년 조선시대 기록에도 오로라 관측 기록 있어
이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주에 나타난 오로라. /연합뉴스

극지방에 가까운 나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밤하늘에서 화려하게 춤추는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오로라는 주로 고위도 지역에서 관측되는 현상으로, 깜깜한 밤하늘에 초록빛이 넘실대는 아름답고 진기한 현상입니다. 오로라(aurora)는 새벽을 뜻하는 라틴어로,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Aurora)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오로라를 관측했다는 이야기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달 24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주 북부와 앨라배마주에서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다고 예보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북위 37도, 앨라배마주는 북위 33도의 중위도 지역인 점을 고려하면 특이한 사례인 겁니다.

오로라가 어째서 최근 들어 갑자기 많이, 그리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관측되는 걸까요. 오로라는 어떻게 발생하는 지, 그리고 중위도에 속하는 한반도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지 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습니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자기장 모식도. 지구가 하나의 자석이 돼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 NASA

◇지구로 들어온 고에너지 입자와 대기의 충돌

오로라는 위도 60~80도의 고위도 지역 밤하늘에서 많이 관측됩니다. 캐나다 북부와 핀란드, 아이슬란드에 오로라 관련 투어가 많은 이유입니다. 우리가 느끼기 힘들지만, 지구는 하나의 자석이고 주변으로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자기장, 줄여서 지자기는 우주에 산재하는 에너지나 위험으로부터 간섭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오로라도 지자기가 있다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오로라는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전하를 띤 입자(하전입자)가 자기력선을 따라 지구 대기로 들어오면서 생깁니다. 지구로 들어오려는 하전입자와 대기가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방전 현상입니다.

자기력선을 따라 지구로 들어오는 하전입자들은 중간권과 열권에 분포된 산소와 질소와 충돌합니다. 충돌로 발생한 에너지는 빛으로 방출됩니다. 산소는 방출하는 에너지값에 따라 높으면 붉은색, 낮으면 초록색으로 빛납니다. 하전입자가 고도 90㎞까지 내려와 질소와 부딪히면 보랏빛을 띠게 됩니다. 붉은색 오로라는 고도 200㎞ 이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태양 폭발 영상 포착. /NASA

◇태양활동주기에 따라 오로라 관측 범위가 달라진다

오로라를 만드는 에너지 중 대표적인 게 태양 에너지입니다.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쏟아져 나와 지구에 도달하는 겁니다. 태양은 평균 11년 주기로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주기적으로 플레어 발생 수가 늘어나고 코로나 밝기가 높아집니다. 코로나는 태양의 둘레에서 태양 반지름 몇 배에 걸쳐 희게 빛나는 부분을 말합니다.

오로라가 많이 관측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태양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점입니다. 태양은 2019년 12월부터 새로운 태양 주기가 시작돼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는 속도가 굉장히 가팔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태양 주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이대로라면 2025년에는 태양 활동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과학계의 설명입니다.

태양 활동이 정점에 이르면 한반도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요. 이 책임연구원은 ‘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고에너지 입자가 들어오는 지자기 북극이 캐나다 북부 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같은 중위도인 미국 캘리포니아와 달리 한반도는 지자기 극지방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다만 거대한 대양 폭발이 발생했던 2003년 10월 천문연 보현산 천문대에서 붉은색 오로라가 관측된 적이 있어 희망을 접기에는 이릅니다.

실제로 약 250년전 조선의 밤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난 일도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대 교토대와 미국 콜로라도대 고(古)천문학자들은 지난 2017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옛 문헌을 토대로 1770년 9월 10일 동북아시아 일대에서 붉은 밤하늘이 나타났는데 이는 자기폭풍의 결과로 생긴 오로라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 최신호에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일부 기록에서 발견된 이 비밀스러운 현상을 다시 밝혀내기 위해 붉은 오로라가 언급된 관련 문헌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청 왕조의 공식 기록과 조선왕조실록 및 승정원일기, 일본 내 기록 111건을 집중 조사하고 기록을 검토한 결과 동북아에서 오로라가 관측된 기간은 1770년 9월10일부터 19일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자기폭풍 규모는 1859년 9월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이 관측한 기록적인 태양 폭발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뉴질랜드 사우스랜드 스튜어트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오로라. /뉴스1

◇화려한 오로라, 일상을 위협할 수 있다

오로라는 밤하늘을 보며 감상에 젖기에 좋은 자연현상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오로라가 자주, 강하게 발생한다는 건 대기 중으로 전기적 성격을 가진 입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곧 지구 대기가 교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구 대기권에는 공기분자가 태양 복사선으로 이온화된 ‘전리권’이라는 영역이 있습니다. 고도 50㎞ 이상으로 중간권에서 열권에 걸쳐있습니다. 전리권에는 전자와 양이온이 많이 분포돼 있는데, 전파를 이용한 통신이나 글로벌위치확인시스템(GPS) 같은 항법 시스템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오로라가 자주 발생할수록 고에너지 입자들이 전리권을 교란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입니다.

통신이나 GPS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간단한 연락은 물론, 내비게이션 신호를 왜곡합니다. 특히 GPS는 활용 분야가 굉장히 넓어졌는데, 전 세계 시각을 동기화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시각 동기는 세계 금융과 주식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오로라로 모든 금융·주식 업무가 쉽게 마비되진 않을 겁니다. 과학자들은 지금도 전리권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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