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 장사 왕서방’쯤이면 꽤 성공한 편”…화교 이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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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부터 광주지역에 정착한 중국계 이주민 화교의 삶과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펴낸 <광주화교의 음식문화> 를 보면, 광주 화교의 최초 기록은 1911년 <조선총독부통계연감> 에 나오는데, 광주 화교 23명이 등록돼 있다. 조선총독부통계연감> 광주화교의>
배재훈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학예연구사는 "중국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한 뒤, 1949년부터 다른 도시들처럼 광주에도 중국인 피난민들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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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부터 광주지역에 정착한 중국계 이주민 화교의 삶과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아주 오래된 이웃’이라는 기획 전시를 6월4일까지 ACC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연다. 1부 ‘화교 사회’는 ㈜광주화교협회에서 제공한 사진 자료 등을 통해 화교의 이주 역사와 생활풍속을 보여준다. 2부 ‘음식문화’편은 화교 가정의 식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는 화교 의례와 음식 조리과정을 가상 현실(VR)영상으로 보여준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전시회가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 광주 화교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펴낸 <광주화교의 음식문화>를 보면, 광주 화교의 최초 기록은 1911년 <조선총독부통계연감>에 나오는데, 광주 화교 23명이 등록돼 있다. 광주 화교는 대부분 인천을 통해 왔고, 90%가 중국 산둥성 출신이다. 안재연 학예연구사는 “막노동에 종사하다 채소를 재배하거나 찐빵, 호떡, 만두 등을 파는 노점을 해 돈을 모아 짜장면집, 우동집, 청요릿집을 차렸다”고 말했다.
1920년대 광주 충장로에 설립된 ‘전라남도 금융조합연합회’ 회관공사에 중국인 벽돌 노동자들이 일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인 벽돌공들 일부는 본토와 광주의 여성과 결혼한 뒤 광주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있다. 1930년대 후반 충장로를 중심으로 화흥루, 덕의루, 아서원 등의 중국 음식점이 자리를 잡았다. 포목상도 많아 “‘비단이 장사 왕서방’쯤이면 꽤 성공한 편”으로 통했다.
광주에 중국인 이민지가 증가한 것은 해방 이후다. 배재훈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학예연구사는 “중국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패한 뒤, 1949년부터 다른 도시들처럼 광주에도 중국인 피난민들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은 2~5세대 후손 236명(2021년)이 거주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1970년이 중국 음식점의 전성기였다. 충장로를 중심으로 영흥식품, 영안식품 등 식품 도매점과 왕자관, 중흥루, 천흥루, 예명반점, 영발원, 제일반점 등 중국 요릿집들이 인기였다. 영안식품 후손들이 1972년에 창업한 영안반점이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음식점으로 꼽힌다. 배재훈 학예연구사는 “광주에도 1940년대 말 춘장이 보급된 뒤 195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오늘날의 짜장면이 소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도 화교들의 생업은 요식업으로, 그들이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은 20여곳이다. 다른 분야에도 진출했다. 광주 화교들은 1970~80년대 백합주단 등의 포목점과 한의약업, 주물업에도 자리를 잡았다. 1920년대에 문을 연 ‘쌍합성’은 문을 닫았지만, 대흥주물은 지금도 가마솥 등을 생산하고 있다.
광주에 거주하는 화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토지 소유의 제한이었다. 화교들은 한국 정부가 1961년 ‘외국인토지법’을 제정해 집과 상업용 토지, 전답 등을 합산해 661㎡(200평)를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배재훈 학예연구사는 “외국인 토지소유 제한이 풀린 것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6월 ‘외국인의 토지 취득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부터였다”고 소개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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