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코앞인데, 엠폭스 한달새 29명… “쉬쉬하다간 확진자 100명 시간문제”
10명 중 9명 모르는 사람과 밀접접촉
목욕탕 사우나 숙박시설 고위험시설
“국민들에 정확한 정보 전달해야 확산 막는다”
국내 엠폭스(MPOX,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4월에만 2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데,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클럽, 목욕탕 등 고위험시설에서 모르는 사람과 밀접접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폭스 지역 감염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기 힘든 상태라는 뜻이다.
오는 30일 부처님오신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연휴가 예정돼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황금연휴가 엠폭스 확산의 기폭제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고위험군 대상으로 사전에 백신을 접종하는 ‘포위접종’을 검토하기로 했다.
◇ 작년 6월 첫 발생뒤 34명 확진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엠폭스 확진자가 3명(32번째~34번째) 추가돼 모두 3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첫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29명이 이번 달에 확진됐다.
확진자 발생 지역도 수도권을 넘어 경북·남, 대구, 전남, 충북 등으로 확산세다. 역학조사 결과 서울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경기 7명, 경남 3명, 경북과 대구 각각 2명, 전남과 충북 각각 1명이었다. 내국인은 27명, 외국인 2명이다. 29명 중 28명은 최초 증상 발생 3주 이내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해외 여행 이력이 있는 나머지 1명도 증상과 여행이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9명 중 26명(89.7%)는 첫 증상이 나타나기 3주 이내에 클럽,목욕탕,숙박시설 등 고위험 시설에서 익명의 사람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0명 중 9명은 자신이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앞서 감염자 대상 역학조사 결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낯선 사람과 만나 성(性) 접촉 등을 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내 확진자들은 항문생식기 통증과 함께 피부에 궤양이나 종창 발진 등의 증상을 보였다. 엠폭스의 치명률은 1.3%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2~4주 이내 자연치유 된다. 하지만 면역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어린이나 면역저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현재는 엠폭스 확산이 특정 집단에 한정돼 있지만, 모종의 경로로 여성·임신부·소아 환자로 확산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낙인효과 우려에 성별 연령 공개 안해
이달 들어 엠폭스 의심 신고 및 문의도 급증하고 검사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신고 및 문의는 이달 첫째 주 4건에서 셋째 주 102건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확산세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나이와 성별 등 기초 역학 정보를 공개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감염에 취약한 집단을 정해서 조기 진단을 실시할 것을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 방역 당국이 그저 ‘안심하라’며 현 상황을 공유하지 않으면 음지에서 은밀하게 퍼질 수 있다”라며 “정부가 ‘비밀주의’를 고수할 수록 감염병 통제는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대만 미국은 성별 나이 거주지역 등을 공개하고, 백신을 사전 접종한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줄어든 것은 고위험군 사전 백신 접종 정책 덕분”이라며 “영미권에서는 6개월 이내 성병을 앓았거나 다수의 성접촉자가 있는 조건의 동성애 양성애 남성을 고위험군으로 지정해 사전 접종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만에서도 엠폭스 백신 접종 대상 고위험군의 기준을 만들어, 사전 접종 정책을 도입한 상태다.
더욱이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비롯해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고, 오는 7월 1일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해 6월부터 전국 각지에서는 성소수자 행사가 예정돼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질병청이 ‘낙인효과’를 이유로 엠폭스 확진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성소수자를 인정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이 상태라면 한국이 일본의 사례처럼 누적 확진자가 100명을 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질병청은 이날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앞서 고위험군 시설 및 모바일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증상 및 신고 독려 홍보를 위한 예방수칙 안내서를 제작·배포했고 의심환자 조기 발견과 신속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질병청은 또 의료인에게 엠폭스 진단 안내서를 배포해 적극적인 의심환자 신고를 당부했으며 엠폭스 환자 임상경험 등을 공유하는 의료진 대상 교육을 추가 실시할 예정이다. 질병청은 “엠폭스는 일반 인구집단보다 고위험집단에서 발생과 전파 위험이 크다”라며 “과도한 불안보다는 감염예방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40대 이하 남성이 엠폭스 감염의 고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원숭이두창이 천연두(사람두창)와 비슷한 특성을 보여 기존 천연두 백신에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국내에선 1979년생(만 43세)부터 천연두 백신을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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