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0원 챌린지’하는 이유?…“금리인상으로 소비 줄여”
- 코로나19 위기에 더 '빌린' 청년들 …부메랑으로 돌아온 '부담'
- 청년층이 '작은 지갑' 쥐어짤 수밖에 없는 이유?
- "청년층의 부채 부담 덜어줄 정책적 노력 필요"
■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청년들의 '절약법'
'무지출 챌린지', '거지방', '냉장고 파먹기'…
한 번쯤 들어 보셨을텐데요. 모두 악화된 경제 상황에 지출을 줄이려는 2030 청년을 중심으로 번진 트렌드입니다.
지난해 유행한 '무지출 챌린지'는 하루 지출 '0원'에 도전하는 겁니다. 무지출을 한 날들을 늘려가며 자연스럽게 지출도 관리하는 '절약 챌린지'인 셈입니다. 최근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을 중심으로 등장한 '거지방'도 화제입니다. 서로 지출을 공유하고 평가하며, 절약을 목표로 하는 방입니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서로 소비에 대한 잔소리까지 하는 청년들, 이런 모습이 웃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청년들은 이런 챌린지나 채팅방에 참여하는 걸까요?
'물가가 오르고, 한 푼이라도 아끼면 좋으니까', 이렇게 세대를 불문한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이 상황을 이해해도 되는 걸까요?
■ 코로나19 위기에 더 '빌린' 청년들 …부메랑으로 돌아온 '부담'
이렇게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한 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한국개발원(KDI)가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담 증가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인데요.
실제로 청년층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2020년과 2021년에 중장년층보다 대출을 큰 폭으로 확대했고, 최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중장년층과 비교하면 전·월세 보증금 같은 '주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청년층의 총대출 가운데 주거 관련 대출 비중은 약 82.4~85%나 됩니다. 중장년층의 경우는 약 63.6~73.1% 정도입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보다도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비율이 눈에 띄게 높습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약 30%나 되는데, 이는 중장년층(5.6%)보다 24.4%p나 높은 겁니다.
문제는 부채 규모를 크게 늘린 청년층에게 부담이 더 혹독하게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시장금리가 상승한 2021년 2분기부터 DSR이 급격히 상승하며, 빚 부담이 크게 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때 원금 만기연장 등 취약차주 보호 정책이 이어진 덕에 2021년 4분기까지는 연체율이 높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청년층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 청년층이 '작은 지갑' 쥐어짤 수밖에 없는 이유?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몰려있는 청년층의 소득이 생애주기 관점에서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적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청년층은 자산이 다른 연령대보다 적으니 자산 대비 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고,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죠.
게다가 청년층은 중장년층보다 저축이나 대출 능력이 부족합니다. 쌓아둔 돈도 적고 위기 상황에서 차입할 수 있는 돈도 적으니, 다른 세대보다 현재 소득에 크게 의존합니다. 즉, 경기둔화나 금리 상승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경우, 청년층은 '소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KDI는 연령대별로 기준금리 인상이 얼마나 부채상환 부담을 늘렸는지, 또 이 부담이 얼마나 소비에 영향을 미쳤는지 연령대별로 분석했습니다. 소득 수준보다도 연령대별로 더 유의미한 차이가 났습니다.
기준금리가 1%p 늘었을 때, 가장 소비를 줄인 연령대는 바로 '30대 이하'였습니다.
특히 20대는 연간 소비를 1.3%나 줄이며 약 29만 9천 원을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감소폭은 60대 이상의 8.4배에 달합니다. 60대 이상의 소비 감소폭은 3만 6천 원으로, 연간 소비를 0.2% 줄인 정도입니다.
30대는 연간 소비를 0.8% 줄여, 약 20만 4천 원의 연간 소비를 줄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청년층이라도 다 같은 사정이 아니겠죠? 청년층 내에서도 부채 상위 50%에 속하는 경우, 부채가 없는 경우에 비해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폭이 약 11배에 달했습니다.
당연히 부채가 많은 청년층 중에서도 소득수준과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차주의 소비가 더욱 심하게 감소했습니다. 부채보유 상위 50% 청년 가운데 저신용층(신용점수 700점 이하)은 기준금리 1%p 인상에 따라 연간 소비를 무려 53만 9천 원(2.2%) 줄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청년층의 부채 부담 덜어줄 정책적 노력 필요"
KDI 결론은 이렇습니다. 청년층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청년층의 향후 소득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니, 현재 소득과 함께 미래 소득도 DSR 같은 대출 규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이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토록 하는 겁니다.
청년층 부채의 대부분이 주거 관련 부채인 점도 주목합니다. 주거 관련 비용이 안정되어야, 청년층 부채 문제도 안정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택 매매시장과 임대차 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되어야, 청년층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감소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 고통지수'가 있습니다. 예상하셨듯이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층의 고통지수가 25.1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물가, 고금리의 충격에서 누구보다 더 외롭고 고달플 청년층, 언제쯤 덜 힘들 수 있을까요?
공민경 기자 (ba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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