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걱정스런 기후변화, 누구 책임이 큰가요?

김정수 2023. 4. 2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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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보다 많이 소비하며 살수록 책임이 커요.

이같은 '역사적' 책임까지 따지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책임은 값싼 화석에너지를 맘껏 사용해 일찍 산업화를 이룬 부유한 나라들이 져야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별 빈부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의 차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이 아니라, 국민 1인당 배출량에서 잘 나타납니다.

남들보다 많이 소비하며 살아갈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도 크다는 얘기가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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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예기치 못한 재해로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우, 때도 없이 발생하는 이상 고온과 폭염 등 기후과학자들이 경고한 기후변화의 위협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A. 남보다 많이 소비하며 살수록 책임이 커요.

예기치 못한 재해로 이어지는 기록적 폭우, 때도 없이 나타나는 이상 고온과 폭염, 잦아지고 거세지는 산불. 기후과학자들이 경고한 기후변화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기후변화라는 폭주 기관차를 굴러가게 하는 주연료는 인간이 석유와 석탄, 가스 같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 나오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이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누적돼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 온도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기후변화 대한 책임 소재를 가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입니다.

현재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은 중국입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수백년 전에 배출된 것도 누적돼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해요. 산업혁명 이전 280ppm 정도이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 420ppm을 넘게 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이지요.

이같은 ‘역사적’ 책임까지 따지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책임은 값싼 화석에너지를 맘껏 사용해 일찍 산업화를 이룬 부유한 나라들이 져야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등의 서유럽 국가들, 일본, 캐나다를 포함한 스무개 남짓한 나라들이죠. 국제 기후회의 때마다 이들 부유한 나라들에게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라는 요구가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국가별 빈부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의 차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이 아니라, 국민 1인당 배출량에서 잘 나타납니다. 인도를 예로 들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습니다. 하지만 1인당 배출량은 2020년 기준으로 중국(7.4t)의 4분의1, 미국(14.2t)의 8분의1인 1.8t에 불과합니다. 현재 미국에 사는 사람이 인도에 사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8배 크다는 얘기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도 사람들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자원과 에너지를 덜 쓰며 살기 때문이죠.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배출 경로는 다양합니다. 배출량 통계를 보면 산업, 수송, 건물, 농업, 폐기물 등 다양한 부문으로 나눠 집계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 배출은 결국 누군가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이뤄지는 겁니다. 그러니 기후변화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최근 발표한 제6차 기후변화평가 종합보고서(‘관측된 온난화와 그 원인’ 부분)에서 국가와 별도로 개인을 언급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원인에 대한 요약문에 “지역·국가·개인 사이의 생산·소비 패턴과 생활양식”이라는 표현을 넣어 개인의 책임까지 명시한 것이죠.

아이피시시는 이 보고서에서 전세계 소비 기반 온실가스 배출량의 34~45%가 상위 10% 가구에서 배출되고 있는 반면, 하위 50% 가구 배출량은 모두 합해 13~15%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남들보다 많이 소비하며 살아갈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도 크다는 얘기가 될 테지요.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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