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우주협력 공동성명서에 ‘수소연료전지’는 왜 등장했나
“한국의 수소연료전지 기술 활용하겠다” 공동 성명서 발표
심우주 탐사 위한 현지 자원 활용 기술에 수소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우주 탐사와 우주과학 발전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날 양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건 수소연료전지 기술이었다. 우주과학 발전을 약속하면서 한국의 수소연료전지를 콕 집어서 공동성명서에 넣은 것이다. 우주 개발 선도국인 미국이 주목할 만큼 한국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우수하다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서 이종호 장관이 팜 멜로이(Pam A. Melroy) NASA 부국장과 ‘우주 탐사 및 우주 과학 협력을 위한 공동 성명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공동 성명서에는 “한국이 가진 수소연료전지 관련 전문 지식을 활용해 우주탐사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대목이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의 한 종류로 최근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에서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물이 되는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전기를 만들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나오는 석탄 연료와 달리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양국이 수소연료전지에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 임무를 통해 달을 전초기지 삼아 심우주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 때 NASA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하는 게 바로 수소다. 달에 풍부한 얼음과 ‘현지 자원 활용(ISRU)’ 기술을 이용해 달에서 직접 수소로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달은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고, 중력은 6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우주선이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는데 필요한 속도와 에너지가 지구보다 적다. 일일이 심우주 탐사를 위해 지구에서 로켓을 쏠 필요 없이 달에 전초기지를 세우면 훨씬 효율적인 심우주 탐사가 가능한 것이다. 한 번 발사하는 데 1000억원 가량이 드는 우주선의 운영 비용을 줄이고, 많은 양의 화물을 화성으로 옮기려면 달의 기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나단 맥도웰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달은 화성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며 “심우주 기술을 실험하기 위해서도 달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우주선을 발사하고 장비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달에서 직접 얻어야 한다. NASA는 현재 달과 화성에서 자원을 직접 발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지 자원 활용’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물, 산소, 건축자재뿐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쓰일 자원을 현지에서 찾고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NASA는 달의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점찍었다. NASA는 “현재 대학·기업과 공동 연구로 저중력, 저기압, 큰 일교차 같은 우주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며 “우주 모빌리티와 우주선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수소연료전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소는 달의 극지방에 있는 얼음과 태양광을 이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달에는 한국 면적의 약 40% 수준인 4만㎢ 면적에 걸쳐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사용이 가능한 것도 수소가 심우주 탐사에 중요한 이유다. 물을 분해해 나오는 수소와 산소를 모아 다시 물을 만들고, 이 물을 분해하면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재사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을 활용하면 된다.
한미 양국이 우주 탐사·개발을 위해 수소연료전지 분야 협력을 약속한 것은 국내 기술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국제 시장조사기업 인트라링크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의 약 60%, 전체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30%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기업은 400개 이상, 기술력 수준도 전 세계 1위로 평가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이번 성명서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언급한 것은 한국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이 뛰어나고 정부기관과 민간 모두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수소연료전지 관련해서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할 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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