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유럽서 연일 러시아 침공 규탄…“우크라 전쟁 제정신 아냐”

최서은 기자 2023. 4. 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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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방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을 하면서 연일 러시아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있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와 브라질 매체 G1 등에 따르면 스페인을 방문 중인 룰라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제정신이 아닌 무력 다툼”이라고 비판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마드리드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영토를 침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아무도 평화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다”며 “아무도 이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평화가 올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브라질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앞서 방문한 포르투갈에서도 러시아를 규탄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리스본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 침해를 규탄한다”며 “국제법 존중과 국가 주권 보존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 방안을 믿는 사람은 역사의 바람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대화와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포르투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며 브라질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동일시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에도 듣기 좋은 말을 하기는 싫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포르투갈 의회 밖에서는 룰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와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포르투갈에는 약 30만 명의 브라질 이민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극우 정당 ‘체가’가 주도한 반대 집회에서 시위대는 룰라 대통령을 향해 위선적이라며 그의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체가 의원들은 룰라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우크라이나 국기와 반부패 포스터를 들고 그를 비난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더 이상 브라질에 파시즘은 없다며 룰라 대통령이 ‘조국의 구세주’라고 환호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이전에 중국과 아랍에미리트 방문 당시 취했던 태도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그는 “미국이 전쟁을 더 조장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평화를 위해 대화를 시작해야한다”는 발언 등으로 미국과 서방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브라질은 서방의 비판을 의식한 듯 연일 러시아를 규탄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립적 태도를 취하며 열강의 각축전 속에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으려는 룰라 대통령의 행보는 과거 룰라 1·2기 정부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또 이는 다자주의를 추구하고 중립‧개방 외교를 펼치는 브라질의 오랜 외교 전통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의 실용 외교를 통해 브라질의 실리를 추구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는 룰라 대통령은 앞으로도 미국이나 중국 등의 입장을 고려하며 실리적 외교 정책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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