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흔들고 쪼개어버린 대통령실발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노지민 기자 2023. 4. 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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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KBS본부 "집권 여당 국민의힘에 찾아가려 해…직능단체 함께 하자 제안"
KBS노동조합 "경영진·이사진 완전한 퇴진이 수신료분리징수 위기 극복 전제조건"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로 촉발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이 KBS를 흔들고 있다.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본부)가 여권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소수 노조인 KBS노동조합(KBS노조)은 경영진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을 모으고 나섰다.

KBS본부는 25일 성명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TV 수신료 흔들기가 갈수록 가관이다.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을 던진 뒤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제안 참여를 독려하고, 소속 의원들은 SNS를 통해 아예 수신료 폐지를 주장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들이 국민제안에 분리징수 의견을 남겨야 한다는 지원사격까지 있었다”며 “그러더니 이제 국민의힘 각 지역당협에서 'TV 수신료 강제징수 폐지'라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TV 수신료 분리징수, 나아가 폐지를 부르짖는 것은 한 나라의 집권 여당이 보일만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수신료를 볼모로 삼는 건 교각살우(矯角殺牛),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이 지역에 설치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현수막.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어 KBS본부는 “지금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사내 구성원과 단체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다. 반면에 이유를 불문하고 TV 수신료 통합징수를 지켜내야한다는 의견은 일치한다”며 “TV 수신료를 흔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공영방송 KBS 종사자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TV 수신료를 흔들고 있는 집권 여당 국민의힘에 찾아가려고 한다”며 “이 자리에 KBS노조는 물론 사내 다른 직능단체들도 함께 하자고 제안드린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함께 직능단체들도 같이한다면, TV 수신료에 대한 KBS 구성원의 생각과 입장을 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 노동조합과 직능단체들이 한목소리로 국민의힘에 TV 수신료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당당히 요구하자”고 밝혔다.

KBS본부는 KBS내부의 직능단체 대표들에게 공동대응 관련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KBS노조는 '경영진 총 사퇴' 전제가 아니면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전경. 사진=KBS

KBS노조는 25일 조합원 대상으로 19~24일 진행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응답자의 80%가 현 경영진과 이사진의 완전한 퇴진이 수신료분리징수 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위기 극복 전제조건에 대해 응답자 11%는 '현 경영진의 대국민 설득 및 여론 환기'는 11%, 9%는 '방송장악 저지 및 대정부 투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 미증유의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가 닥쳤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77%가 “현 경영진의 불공정 편파방송과 위기 대응 무능력”, 19%가 “현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 4%가 “국민의 수신료 납부 선택권 요구”를 택했다. 노조는 해당 설문에 조합원 90%가 답했다고 했으나 인원수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KBS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압도적인 다수가 김의철 경영진을 수신료분리징수 위기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고 현 경영진의 완전 퇴진을 위기 극복의 전제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신료분리징수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이 이미 명백한데도 대통령실에서 또다시 국민제안을 통해 여론수렴에 나선 것 자체가 KBS를 압박하고자하는 목적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견”이라며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붙여놓은 수신료강제징수폐지 현수막은 KBS 정상화보다는 수신료분리징수를 국민여론의 제물로 바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26일에도 해당 노조는 'KBS 456인 연대 서명'을 통해 “KBS의 존재 위기, 문제는 사장이다. 김의철은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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