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터 유럽, 남아공까지’…이태원서 즐기는 글로벌 가스트로 투어 [투얼로지]

김재범 2023. 4. 2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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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역사가 담긴 이태원시장
요즘 유행하는 여행 트렌드 중에 ‘가스트로 투어’가 있다. 사람의 배나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인 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Gastro’와 여행을 뜻하는 ‘Tour’가 합쳐진 말로 ‘미식여행’ 을 뜻한다. 국내든, 해외든 식도락은 이제 여행의 중요한 테마이자 목표이다. 봄날을 맞아 가볍게 도심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국내서 다양한 해외의 풍미를 즐겨보는 이국적인 가스트로 투어는 어떨까.

서울 이태원은 글로벌 미식 기행으로는 ‘1티어’로 꼽을만한 곳이다. 반나절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굳이 차를 탈 것도 없이 도보로 다니면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도보여행을 하면서 이국적인 거리 풍경이나 녹사평 육교 같은 드라마 ‘성지’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서울관광재단과 용산구청이 이태원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천한 가스트로 투어 코스를 따라 이태원 맛집 기행을 했다.

●글로벌 미식 천국, 취향따라 즐긴다 이태원은 원래 조선 시대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나 길손들이 숙식을 해결하던 시설인 역원, 이태원이 있던 곳이다. 이처럼 과거부터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장소였으니, 지금 같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특색은 나름 꽤 유래가 깊다고 볼 수 있다.

이태원의 터줏대감인 레반 음식 전문점 페트라의 요리들. 레반 스타일 앙트레인 후무스, 팔라펠, 샐러드, 피타빵, 타볼리샐러드

▽20년 역사 중동음식점, 페트라

가스트로 투어의 첫 방문지는 이태원에서 20년째 영업 중인 중동 음식점 페트라이다. 국내 1세대 할랄 식당으로 꼽히는 페트라는 요르단 출신 야설 가나엠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레반 지역(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페트라는 우리나라에 할랄 음식의 개념이 정착되기 전에는 국빈 만찬 등에 사용될 음식을 직접 만들어 제공했다.

페트라에서는 레반 음식의 대표적인 전채요리인 팔라펠과 후무스, 타볼리 샐러드, 닭고기와 양고기 캐밥을 추천한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에 올리브유, 레몬즙을 넣은 것으로 담백한 맛이 특징. 피타빵에 병아리콩을 다져 튀긴 팔라펠을 으깨서 넣어 후무스를 곁들여 먹는 게 일반적이다. 취향에 따라 토메야 소스(마늘과 감자를 으깨 만든 소스)나 칠리소스를 얹고 마지막으로 타볼리 샐러드를 올리는 게 야설 가나쳄 사장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레반식 케밥은 ‘쉬쉬(Shisi) 케밥’의 한 종류로, 꼬치에 구운 고기를 밥 위에 얹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남부식 바비큐, 라이너스

페트라에서 이태원 언덕을 넘어 이태원 시장 쪽으로 가다 보면 라이너스 바비큐가 나온다.

미국 남부식 바비큐를 파는 곳으로, 미국의 맛을 그리워하는 교포들과 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미국 남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사장님이 운영하는 라이너스 바비큐는 풀드 포크로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플래터로 유명하다.

베트남 음식점 플러스84의 생면 칼국수

▽퀴논길의 쌀국수 전문점, 플러스84

이태원 시장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이태원 퀴논길이 나타난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들이 주둔한 지역명에서 유래했으며, 퀴논 시에도 용산길이 있다고 한다.

퀴논길에 있는 플러스84는 생면을 사용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다. 베트남 하롱베이 출신의 남매가 이태원과 인사동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게이름 플러스84는 베트남의 국제전화 번호 +84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지형이어서 쌀국수 또한 지방에 따라 그 특색이 다르다. 하노이가 있는 북부지방에서는 맑은 국물의 쌀국수를 주로 먹고, 중부에서 남부로 내려올수록 매운 향신료가 가미된 빨간 국물의 쌀국수가 보편적이다.

플러스84에서는 베트남에서 공수한 생면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쌀국수를 맛볼 수 있다. 소고기를 사용하여 시원한 국물과 베트남 고추로 만든 양념장을 조금씩 넣어 달라지는 쌀국수의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쌀로 만든 바게트에 무와 당근 절임,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도 이곳의 인기 메뉴다. 불맛이 나는 얇은 돼지고기와 상추를 넣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게 특징이다.

▽극한의 달달함, 케르반 베이커리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는 한국에 주둔하러 온 미군의 가족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사용하던 가구들을 판매하기 위해 내놓으면서 처음 형성되었다고 한다. 거리 인근에 위치한 청화아파트는 실제로 가구점들이 가구들을 집에 배치하여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태원 퀴논길에서 앤틱가구거리로 가는 길에는 뉴욕식 피자를 판매하는 매덕스 피자가 있다.

덕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장님이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가 뉴욕식 피자에 반해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피자를 먹고 반한 외국인 친구들과 손님들의 입소문과 그들의 계정에 등장하여 유명해진 곳이다. 뉴욕식 피자는 이탈리아의 피자와는 달리, 두툼한 도우와 한조각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큰 크기로 만들어 베이킹 오븐에 굽는 것이 특징이다. 대중적인 모짜렐라치즈와 페퍼로니등을 가득 넣어 구워낸다.

이태원소방서 위쪽으로는 튀르키에식 디저트를 파는 케르반 베이커리&카페가 있다. 이태원에서만 10년이 넘게 디저트를 파는 이곳에서는 달달함의 극치인 튀르키예식 디저트인 바클라바를 맛 볼 수 있다.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도 등장한 바클라바는 얇은 밀가루 반죽과 버터를 겹겹으로 쌓아 구워낸 뒤, 설탕 시럽을 끼얹은 디저트이다.

타바스바의 샹그리아와 감바스

▽스페인의 한입 음식, 타파스 바

세계음식거리는 해밀턴 호텔 뒤쪽 골목 일대의 거리를 말한다. 이름처럼 다양한 국적의 레스토랑과 바들이 밀집해 있다. 현재 세계음식거리는 다양한 테마의 바와 클럽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문점 타파스 바가 있다. 타파스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로, 음료와 함께 이른 저녁 시간 간단히 요기를 하는 음식을 칭한다.

마늘과 새우를 저온의 올리브유에서 끓여서 빵과 함께 먹는 감바스 알 아히요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타파스 메뉴이다. 샹그리아는 레드와인과 각종 과일, 향신료를 함께 끓여 식혀서 시원하게 먹는 음료로, 도수가 높지 않아 가볍게 마시기 좋다.

▽남아공식 디저트, 브라이 리퍼블릭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이태원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리는 무척 이채롭다. 브라이 리퍼블릭은 2011년 이태원에 처음 문을 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바비큐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양갈비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며 남아공식 미트 플래터와 미트파이, 디저트 등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바비큐 전문점이지만 특색있게 남아공식 디저트도 맛 볼 수 있다. 아마룰라 치즈케이크와 페퍼민트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아마룰라는 마룰라라는 망고와 비슷한 맛이 나는 과일로 만든 리큐르다. 남아공에서는 아마룰라로 칵테일이나 디저트를 만들 때 많이 사용한다. 아마룰라 치즈케이크는 캐러멜 향의 풍미가 특색인 치즈케이크였으며, 페퍼민트케이크는 부드러운 식감에 견과류가 들어가 씹는 맛이 인상적이다.

K-드라마 팬들의 성지순례 코스인 ‘이태원 클라쓰‘의 녹사평역 육교
●가스트로 투어 즐기며 돌아볼 명소들

남산은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남산공원길을 따라 산책을 한 뒤 해방촌이나 한남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남산서울타워로 이동하여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남산서울타워 버스정류장에서 남산도서관 방향으로 이어진 남산공원길로 내려오면 된다. 남산도서관 앞에서 용산2가동 주민센터로 이동하면 해방촌오거리가 이어진다.

한남동으로 가려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올라온 방향을 반대로 걸어 내려가면서 남산야외식물원 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남산야외식물원을 지나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간 뒤 호텔 앞쪽으로 내려오면 리움미술관 뒤편으로 이어져 한남동으로 연결된다.

해방촌은 해방촌오거리를 중심으로 루프탑 카페와 바가 들어서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을과 야경 ‘뷰 맛집’들이 즐비하다. 길거리나 음식점, 가게 직원까지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어 마치 해외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해방촌오거리 신흥시장은 최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시장 환경을 정비하고 공방, 패션, 스튜디오, 음식점, 카페 등이 입주하면서 해방촌의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 정문부터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이어지는 길을 말한다. 2010년대 초반부터 음식점과 카페 등이 생겨났다. 이제는 예전의 활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경리단길의 명성으로 인해 ‘○○○단길’이라는 접미사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명소의 상징이 되었다.

세계음식거리에서 경리단길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녹사평역 육교는 K-드라마 팬들에겐 꼭 방문해야할 ‘성지’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대표하는 촬영지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와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곤 한다.

이태원 앤틱 가구거리

●이태원 여행 팁

이태원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공영주차장 위치와 서울사랑상품권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다.

용산구청에 있는 용산종합행정타운 공영주차장은 경리단길과 세계음식거리와 가깝고, 한남동 공영주차장이나 한강진역 공영주차장은 한남동 일대와 가깝다.

용산구청에서는 이태원의 상권 회복을 위해 ‘이태원 다시, 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태원사랑상품권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했다. 이태원동과 한남동 등 용산구 6개 동에 있는 서울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하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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