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도 의대 지원 가능…하지만 “호리병 속 음식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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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의 '이과 침공'은 가능할까.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6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건국대·경희대·광운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등 17개 대학에서 2025학년도부터 수능 선택과목에 관계 없이 자연·의학·공학계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당수 상위권 대학은 자연·의학·공학계열 지원 시 수학 미적분·기하나 과학탐구 영역을 응시하도록 해 문과생의 지원을 차단해왔는데 이런 칸막이를 허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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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1개 대학 ‘학폭 감점’ 실시
문과생의 ‘이과 침공’은 가능할까.
문·이과 통합수능의 취지에 맞춰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문·이과 ‘칸막이를 허무는 대학들이 늘어나지만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6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건국대·경희대·광운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등 17개 대학에서 2025학년도부터 수능 선택과목에 관계 없이 자연·의학·공학계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당수 상위권 대학은 자연·의학·공학계열 지원 시 수학 미적분·기하나 과학탐구 영역을 응시하도록 해 문과생의 지원을 차단해왔는데 이런 칸막이를 허문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이과생의 문과침공’ ‘문과생 차별’과 같은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부 대학들은 자연계열 응시 때 필수 응시 영역을 정한 것과 달리 인문계열 지원 시에는 사회탐구 영역 등 필수 응시 영역 제한을 두지 않았다.
사실상 문과생들도 의대 지원이 가능해진 상황이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조치’라고 평가한다. 문과생은 주로 수능 수학 과목 중 ‘확률과 통계’에, 이과생은 ‘미적분이나 기하’에 응시하는데,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면 미적분·기하를 택할 때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기 때문에 이과생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담을 무너뜨린다고 해도 문과생은 자연·의학·공학계열 학과에 지원하기 어렵고, 이과생이 높은 수학 점수를 무기로 ‘문과침공’을 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과생은 호리병 속 음식을 먹어야 하는 여우의 처지”라고 말했다.
칸막이를 허물었더라도 수학 미적분·기하나 과학탐구 영역에 응시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만기 소장은 “만약 대학들이 과학탐구나 미적분, 기하를 응시한 학생에게 점수를 더 주면 사실상 이과생을 우대하는 게 돼 (필수 응시과목 폐지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룡 소장도 “미적분이나 기하는 이미 표준점수가 높아 가산점을 굳이 주지 않겠지만 과탐에는 가산점을 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학년도부터는 전국 21개 대학에서,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에서 수능 위주 전형에서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반영되면서 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학생들은 입시 불이익을 체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감점 정도에 상관 없이 감점을 적용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입시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당장 현 고2 학생들부터 (학폭 조치사항이 있는 경우) 이런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21개 대학 지원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성룡 소장은 “구체적인 반영 방법이 아직 안 나왔겠지만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쓰이거나 1∼2점 정도 감점에 그친다면 변별력이 높지 않은 것”이라며 “‘학폭 조치사항이 있는 학생은 우리 대학에 지원할 때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의미 정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소장도 “2025학년도만 보면 수능 위주 전형의 경우 서울 주요 대학이 많이 빠져있는 데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 없이 대학이 큰 감점을 주기엔 위험 부담이 커 실효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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