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진의 세계는] 쿼드는 아베 총리의 작품
미국 상·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한다며 내놓은 결의안에서 인도·태평양을 거론했다.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평화에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의 쿼드 참여 확대 승인'을 요청한다고 밝힌 것이다.
2007년 일본 아베 총리는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인도 의회에서 연설했다.
'2개 대양의 결합'이라는 제목의 이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가치관 외교의 중요성,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의 이 연설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쿼드의 태동을 알리는 연설로 평가된다.
아베는 쿼드 국가들의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이라고 봤지만, 당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는 테러와의 전쟁에 중국을 끌어들이지 못하게 될 거라고 우려했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쿼드의 군사협력은 배제하고 중국과의 유착을 강화하려고 노력했고,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도 쿼드 국가들과의 협력은 중국에 의존하는 호주의 경제적 이익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면서 2007년엔 공식적으로 쿼드에서 물러날 뜻도 밝혔다.
아베는 2012년 말 재집권한 뒤 '남중국해가 급속히 베이징의 호수로 변하고 있다'라면서 쿼드 4개국이 집단 안보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무렵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은 노골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중국해 쪽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의 센카쿠(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해양 영토 분쟁은 격렬해졌다.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을 차단해야 할 강력한 지정학적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 시기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도 다시 격화됐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일본은 중국을 견제할 필요를 느껴가는 미국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아베는 2017년 1월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같은 해 11월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양국 공동의 외교 전략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다.
미국의 필요를 파악해, 일본의 지정학적 이익을 관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2018년 미 태평양사령부를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이름을 바꾼 것도 아베의 영향이라고 알려진다.
인도 언론은 아베를 인도·태평양과 쿼드의 아버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020년 11월, 미국, 인도의 정례 훈련인 말라바르 훈련에는 일본에 더해 드디어 호주가 참가해 처음으로 4개국 연합 훈련을 시행했다.
이전까지 인도는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호주의 참가는 거부해왔지만, 이로써 쿼드는 4개국의 군사적 협의체로 진화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중국은 이때부터 쿼드를 인도 태평양판 나토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쿼드는 이렇게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일본과 미국의 필요에서 시작되고 발전하고 있고, 한국은 일본과 빠른 속도로 과거사를 정리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하면서 쿼드에 참여할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미를 계기로 미국 상·하원이 초당적 결의안을 통해 '한국의 쿼드 참여 승인'을 요청한 점으로 미뤄 한국의 쿼드 참여는 당파를 초월하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 의원은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를 지지하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 소통 조정관은 현지 시각 25일 "대한민국이 일본과 양자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권희진 기자(heej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world/article/6477944_361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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