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리’ 운전, YS는 조깅…역대 한-미 정상 ‘케미’는?

이지혜 2023. 4. 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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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미 정상회담]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관저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질 바이든 여사와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25일(현지시각) 윤 대통령 부부는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 대통령 관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대면했다. 선물을 교환하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을 보면, 두 나라 정상이 공식적인 회담장이나 기자회견장에 밖에서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 경우가 많았다. 두 나라 정부는 이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과 두 정상 간의 대화 내용을 적극적으로 노출했다. 역대 한-미 정상회담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짚어보면, 이러한 모습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두 나라의 정치적 속내가 엿보인다. ‘친분’을 너무 과시할 경우 자칫 ‘굴욕외교’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참전영웅에 굽힌 무릎

2021년 5월21일 오후(현지시각)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활짝 웃었던 순간은 2021년 5월21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사전행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전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참전영웅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당시 94살)에게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했다. 미 대통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동석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대통령님, 함께 서주시겠어요?”(Mr. President, do you mind standing here too?) 훈장 수여식을 마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계획에 없던 기념촬영을 함께해달라고 권했다. 휠체어에 앉은 퍼켓 대령의 양옆에 두 정상이 무릎을 접고 나란히 포즈를 취하자 현장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통역 없이 10여분 백악관 안뜰 산책

2013년 5월7일(현지시각) 박근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경내에서 산책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7일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2시간 이상 이어진 정상회담이 끝나고 오찬회담 직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산책을 제안해, 두 정상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10여분 동안 백악관 안뜰 로즈가든을 걸었다. 박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통역자 동행 없이 단둘이 걸으며 나눈 대화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족관계 등이 대화 주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카트 대신 몰아 굴욕외교 비판

2008년 4월18일(현지시각)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워싱턴 디시(D.C) 북쪽 메릴랜드주 미국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일정은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을 묵는 것이었다. 당초 계획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직접 운전하는 골프 카트를 타고 캠프 데이비드 경내를 둘러보는 것이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즉석에서 “운전하겠느냐?”(You want to drive?)고 묻자 이 전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자, 부시 전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파인 드라이버”(fine driver·훌륭한 운전자)라고 했다. 두 정상은 1시간40분 동안 이 전 대통령이 운전하는 카트를 타고 캠프를 돌았다. 당시 미국을 방문한 손님인데도 직접 카트를 몰았다는 비판이 나오며 ‘굴욕외교’ 논란도 불거졌다.

길 안내하고, 같이 아침 조깅

2003년 5월14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5월1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1946년생 동갑내기'의 회담으로 주목받았다. 두 정상은 초면이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길을 안내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의 진보 대통령과 미국 보수 대통령의 첫 만남에 대한 두 나라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장면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야기하기 참 편한 상대라는 점을 알게 됐다. 그는 의견을 매우 명확하게 표현했고, 이해하기가 쉬웠다”고 말했다.

1993년 11월 25일 미국을 찾은 김영삼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과 조깅을 하고 있다. e영상역사관

1993년 7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조깅’으로 기억된다. 골프광으로 소문난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애초 김 전 대통령에게 골프 회동을 제안했지만 “재임 때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들어 김 전 대통령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절충안으로 7월11일 아침 두 정상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만나 15분20초간 조깅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스무살 가까이 어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속도에 뒤지지 않겠다며 조깅 전 참모들에게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 주변 조깅 트랙을 함께 달렸다.

1993년 7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방한 중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깅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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