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여 북한에 담배 판매...영국 BAT, 대북 제재 위반으로 8400억 사상 최대 벌금

미 법무부 "BAT, 북한에 담배 제품 지속 판매"
싱가포르 회사 통해 북한군 담배회사와 거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 14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영국 글로벌 담배업체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에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6억2,900만 달러(약 8,4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 대북 제재 벌금이다.

매슈 올슨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25일(현지시간)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BAT 자회사가 관리하는 제3자 회사를 이용해 북한에서 사업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법을 어겼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제3자 회사가 북한에 담배 제품을 판매해 4억2,800만 달러(약 5,700억 원)를 받았고 이 돈이 BAT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BAT는 담배 ‘던힐’ 등을 만드는 글로벌 담배회사다.

조사 결과 북한 은행가와 중국인 조력자 등 3명이 위장회사를 만들어 북한 인민군이 소유한 국영 담배 제조회사를 위해 담뱃잎을 구매했다. 이들은 문서를 위조해 미국 은행을 속이는 방식으로 최소 310회나 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북한 담배 제조회사는 7억 달러(약 9,400억 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올슨 차관보는 “담배 밀거래는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주요 자금원이 됐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를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북한 은행가 심현섭(39) 등 3명을 체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포상금 총 600만 달러(약 80억2,200만 원)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BAT는 성명에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과 관련된 과거 사업 활동 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법무부 및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과 합의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잭 보울스 BAT 최고경영자도 “BAT를 대표해 과거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