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고향에서 열리는 대구 고위직 공무원들의 ‘골프 대회’[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경열 기자 2023. 4.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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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1.5% 만 참가, ‘그들만의 리그’ 두고 뒷말
대구시도 1300만원 예산 투입
장소는 경남지사 시절 골프대회 열었던 곳
제1회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홍보 전단.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공무원 골프대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위직을 중심으로 일부 공직자들만 참가하는 운동대회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시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이 나온다.

26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청 골프 동호회인 ‘이븐클럽’은 다음달 7일 제1회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한다. 대회는 홍준표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다. 대구시 및 8개 구·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지금까지 168명(42개팀)이 출전 의사를 밝혔다.

이 대회는 골프 동호회가 주최하고 대구시 골프협회가 진행을 돕는다. 골프대회에 나서는 공무원들은 별도의 참가비를 내지 않는다. 다만 그린피 19만5000원을 비롯해 카트비와 캐디피 등의 경비를 내야 한다. 1인당 25만2500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대구시 예산도 투입된다. 우승상금(250만원) 등 시상금 700만원과 골프협회 심판비용 약 500만원 등을 합해 13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올해 전체 직원을 위해 편성된 직원동호회 지원금 1억원 중에서 해당 금액을 내놓는다. 대구시는 현재 직원 동호회 22곳의 기본활동비로 4500만원을, 이외 특별활동비로 5500만원을 배정했다.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 주최측이 지난 18일 대구 공무원들에게 보낸 메일 내용 갈무리. 독자 제공

회원 수와 모임 활성화 등을 고려해 동호회 별로 차등 책정한 기본 활동비와 별도로 특별비는 개별 동호회가 자원봉사활동이나 기타 활동 시 물품구입 등에 쓸 수 있다. 체육대회에도 예산 사용이 가능하다고 대구시는 밝혔다.

올 들어 대구시는 축구·마라톤·볼링 등 3개 대회에 특별활동비 5500만원 중 1500만원을 지원했다. 이번 골프대회에만 지금까지의 3개 행사와 맞먹는 금액을 쓰게 되는 것이다.

고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대회 참가자들이 구성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대구시는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팀장급(5급·사무관) 이상 비교적 높은 급수의 직원들이 주로 ‘도전장’을 낼 수 있다는 게 공무원 사회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대회 주최측은 지난 18일 “각 부서의 장은 가능하면 꼭 출전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구시 및 8개 구·군 공무원 수는 1만1313명(소방·경찰 제외)으로 파악됐다. 이중 5급 이상은 1083명(9.57%)이다. 대회 참가자 168명은 전체 공무원의 약 1.49%에 불과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남지사 시절이던 2015년 9월5일 경남 창녕군의 한 골프장 입구에서 공무원 골프대회 개최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참가 예정자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대회에 나가야만 하는 소위 ‘업무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0여년간 대구 공직사회에 몸담고 있다는 이모씨는 “상사에게 찍힐까 봐 ‘머리 수’를 채우기 위해 출전할 예정이라며 푸념하는 동료도 있다”고 전했다.

대회 장소가 홍준표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이라는 점을 두고도 아쉬운 반응이 나온다. 골프 동호회 측은 대구와 경북 군위·고령·경산 등의 골프장을 알아봤지만, 많은 인원이 한번에 참가할 수 있는 곳을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장소 물색에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홍) 시장께서 경남 창녕지역 골프장으로 정하도록 도와주신 것으로 안다”면서 “이외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해당 골프장은 홍 시장이 경남지사 시절인 2015년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를 열었던 곳이다. 경남도 안팎에서는 ‘전용구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홍 시장이 그의 지인들과 자주 골프를 즐기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공무원 사기 진작을 명분으로 제1회 골프대회를 열었지만, 이후 무상급식 주민소환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추가 대회는 개최되지 못했다. 골프대회 강행에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수상자에 대한 시상금과 경품 등 비용은 도지사 업무추진비로 처리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남지사 시절이던 2015년 9월5일 경남 창녕군의 한 골프장에서 공무원 골프대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카트를 타고 이동 중이다. 연합뉴스

대구시는 다음달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골프대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주말에, 희망자에 한해서 자비부담으로 (골프대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주말에 골프 치는 것은 안되고 등산 가는 것은 된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라고 말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시민은 고물가로 등골 휘는데 시장은 골프장에서 나이스 샷, 시민의 고통에 관심은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시장의 동기가 선의라고 하더라도 팍팍한 삶에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이 행사를 취소하고 민생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재형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솔직히 어린이날(5일)과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이런 대회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겠는가”라면서 “공직사회가 세금을 들여 간부 공무원을 위해 골프대회를 여는 것은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생활을 버텨온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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