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바이든 여섯 번째 스킨십… '한미동맹'으로 채운 방미 2일차
바이든 거주 공간 '백악관 관저' 부부 초청
바이든, 포도주스 집은 尹에 제로콜라 권해
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미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취임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여섯 번째 만남에서 '한미동맹 70주년'과 '12년 만의 국빈 방문' 상징성을 한껏 부각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관저에 윤 대통령 부부를 초대해 친교를 나눴고,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함께 찾아 헌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선물한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아침 산책에 나서는 등 온종일 한미동맹과 관련한 두 정상 간 '케미'를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한미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여섯 번째다. 양국 정상 부부가 만난 것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이후 10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관저를 찾은 윤 대통령 부부에게 내부 공간을 직접 설명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초청한 국빈인 윤 대통령을 자신의 거주 공간으로 초대한 것 자체가 환대와 성의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악관 관저 초대... 바이든, 尹에게 '제로 콜라' 권해
윤 대통령 부부는 백악관 2층에 위치한 3개의 응접실 중 하나인 '블루룸'에서 방명록과 동맹 70주년 사진집에 서명한 뒤 발코니에서 워싱턴 주변 전경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세계 평화 번영 기여하는 우리 글로벌 동맹을 위하여”라고 적었다.
양국 정상 부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서로에 대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국빈으로 오신 귀한 손님을 소중한 공간에 초청하게 돼 기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오늘 한미 정상 두 부부가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더 친밀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에게 서울 한남동 관저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마호가니 나무에 역사가 오래된 백악관 나무로 무늬를 새긴 소형 탁자와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가 무궁화와 장미꽃을 담은 화병을 선물했다. 또 바이든 여사는 김건희 여사에게 한국계 미국인이 디자인한 파란 사파이어 3개가 박힌 목걸이를,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프로야구 선수가 쓰던 배트와 야구 글러브, 야구공으로 구성된 빈티지 야구 수집품을 선물로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배트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고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사파이어는 김 여사의 생일이 있는 9월 탄생석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달항아리와 족두리, 은주전자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양국 정상 부부가 다과를 하던 도중 윤 대통령이 포도주스를 손에 쥐는 순간,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 음료는 여기 있다"며 제로 콜라를 권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평소 제로 콜라를 즐기는 윤 대통령의 취향을 파악해 둔 (백악관 측의) 세심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윤-바이든, 한국전 참전비 부부 동반 참배
양국 정상 부부는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함께 헌화 후 참배했다.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전쟁터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장소로,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의 강고함을 보여준다. 언론에 공개한 첫 만남의 장소로 한국전 참전기념비가 선택된 배경이다. 양국 정상 부부는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한국군 지원부대(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적힌 '추모의 벽'을 함께 지나갔다.
추모의 벽 앞에서는 알렌 페핀 관구사령관이 한국전쟁 당시 참전해 전사 후 최근에서야 신원이 확인된 루터 스토리 상병 유족을 안내했고, 양국 정상은 유족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이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점심엔 미군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감사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훈장을 수여하면서 "오직 자유를 지킨다는 사명 하나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하셨다"며 참전 미국 용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바이든 선물' 모자·선글라스 쓰고 워싱턴 산책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점퍼 차림으로 워싱턴 숙소인 '블레어하우스' 주변을 산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당시 선물한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고, 지난 1일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시구 당시 착용했던 국내 브랜드 운동화를 착용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서 방미 이틀째 일정을 구상했고, 주변에는 김용현 경호처장 등 경호 인력이 배치됐다.
워싱턴=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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