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저소득·저신용 청년층에 직격타…취약계층이 소비 더 줄였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청년층에게 집중됐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청년층에서도 부채가 많고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금리 인상기를 거치면서 국내 20대 연간 소비는 90만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을 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대출 보유 차주의 연간 소비는 약 13만2000원(0.5%) 줄었다. 특히 저소득층과 대출이 많은 중산층의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보고서를 쓴 김미루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DSR) 증가폭은 대체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증가하지만, 고소득층의 소비 감소폭은 오히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리인상이 경제주체별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원리금 상환액 변동뿐 아니라, 자산, 부채수준, 추가 차입 여력 등 다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변동을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해 2018년 1월~2022년 12월의 차주 단위 소득과 신용점수, 연령, 체크·신용카드 사용액, 주택 보유 여부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른 20대 연간 소비 감소 폭은 약 29만9000원(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의 소비 감소 폭 3만6000원(0.2%)과 비교하면 8.4배 높은 수치다.
2021년 이후 기준금리가 총 3%포인트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20대의 소비 감소 폭은 연간 89만6000원(3.9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30대는 61만3000원(2.4%) 가량 소비가 줄었다.
김 연구위원은 “금리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가 고령층에 비해 크고, 자산 처분이나 추가 차입을 통해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이 작고 자산이 부족해, 금리인상 충격 발생 시 자산 처분이나 추가 차입을 통한 대응이 어려웠음을 뜻한다”고 했다.
청년층 내에서도 부채 수준에 따라 소비 감소 폭에 차이가 컸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라 부채 보유 상위 50% 청년층의 연간 소비는 26만4000원(1.1%) 감소했지만, 부채를 보유하지 않은 청년은 2만4000원(0.1%)에 그쳤다. 부채를 많을 수록 추가 차입이 어렵고, 금리인상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비를 더 많이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소득·저신용층의 타격은 더 컸다. 소득 수준과 신용점수가 낮을 수록 소비는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채 보유 상위 50% 청년 가운데 저소득층은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라 연간 소비가 27만9000원(1.2%)에 달했다. 반면 고소득층의 소비 감소폭은 9만2000원(0.3%)에 그쳤다. 부채 보유 상위 50% 청년 중 저신용층(신용점수 700점 이하)은 연간 소비가 53만9000원(2.2%)줄었다.
보고서는 청년층 차주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 부채의 약 85%는 주거 관련 부채인만큼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한다”며 “한계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는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해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이고 장기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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