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윤심에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참사 일으켜"
유상범 "사실관계 파악 미흡" 뒤늦게 인정
MBC "대통령실과 여당 관계 상식적으로 보여줘"
방송사 메인뉴스 중 TV조선만 보도 안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 발언 보도 중 '100년 전 일로 무릎을 꿇어라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에 '일본'이라는 주어가 생략됐다며 오역 보도라고 주장했던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뒤늦게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주요 방송사들은 이를 두고 “망신을 자초한 꼴”(MBC) “불 끄려다 불 지른 꼴”(채널A) 등의 비판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심에 잘보이려는 욕망에 사실관계 확인도 안했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본인이 전날 저녁 일부 방송사 등에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했다”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논평에 임하겠다”고 밝힌 것이 맞느냐, 지금도 그 입장이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SNS메신저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런 논평이 나간 것이냐', '대통령실에 확인을 했을 것 아니냐', '대통령실은 왜 주어를 빼고 인터뷰 판본을 발표했다고 했나', '오역 주장 언론 비난을 정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냐', '민주당과 언론들에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비난한 것도 사과하고 앞으로 가짜뉴스라는 비난을 남발하는 것도 자제하시는 거냐'는 질의에도 “어제 입장 표명한 걸로 대신하겠다. 언론에 밝혔다”고 답변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대변인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실관계 확인을 무시하고 윤심에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유 수석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기히 밝힌 입장으로 대신한다”고 답했다.
정청래 의원도 “국민의힘 거짓말 일천하의 종말은 이렇게 부끄럽고 우습게 막을 내렸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쌍으로 망신살이 뻗쳤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이 궁색한 억지 주장 '주어가 없다'는 일찍이 MB의 BBK 동영상 때도 있었던 일이라 새삼 놀랍지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주어 없다' 이 말은 '배알도 없고, 양심도 없다'라는 말로 되돌려 드린다”고 말했다.
방송사들도 메인뉴스를 통해 유상범 수석대변인의 주장을 비판했다. MBC는 25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여당은 망신을 자초하게 됐다는 비판을 감수하게 됐다”며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실에 전달하기보다는 대통령을 엄호하는 데 급급한, 지금 대통령실과 여당의 관계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박성태 JTBC 앵커는 같은 날 <뉴스룸> '다시보기'에서 “'100년 전 일로 무릎 꿇으라'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건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일본이 말한다면 상식적인데,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말한다면?”이라며 “사실 일본에 무릎 꿇으라고 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 앵커는 “그저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라도 가지라는 것”이라며 “그래야 불행한 역사도 반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앵커는 윤 대통령이 지난 2021년 6월29일 “한일 관계에서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후대가 역사를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진상을 명확히 해야 되는 문제도 있지만… 또 미래에 자라날 세대를 위해서 정말 실용적으로 협력을 해야 되는 그런 관계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한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앵커는 “방점은 물론 미래에 찍혔지만 과거를 뭉개자는 건 아니었다”며 “그게 상식적”이라고 쓴소리했다.
동정민 채널A 앵커도 25일 <뉴스A> '여랑야랑' 코너에서 “국민의힘 해명이 틀렸다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는 거네요”라고 지적하자 최수연 기자는 “네, 민주당은 '제2의 바이든, 날리면 사태냐'고 비꼬았는데. 국민의힘도 난처한 분위기”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동 앵커는 “불을 끄려다 지른 꼴이 됐군요”라고 꼬집었다.
다른 방송사들은 대체로 유상범 수석대변인의 주어 생략 논평 소동을 한꼭지씩 보도했으나 TV조선만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유일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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