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최소 1억원…한국 23년째 5천만원, 아쉬운 예금보호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sgmaeng@mkinternet.com) 2023. 4. 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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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예금 보험 한도 한국 5000만원 vs 미국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최근 경제계와 정치권에서 종종 언급되는 숫자입니다. 은행이 파산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예금보험 한도 금액입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로 한국에서도 금융기관 ‘예금보험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금보험제도란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 등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를 대신해 예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지급 불능 사태를 방지함으로써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별로 계좌 수에 상관없이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 원까지입니다.

뱅크런에 무너진 미국 16위 은행
총자산만 2090억 달러(약 277조원)인 미국 내 16위 규모인 미국 SVB가 지난 3월 초 파산했습니다. SV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뮤추얼은행(4349억달러)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큰 파산은행으로 기록됐습니다.

1983년 설립된 SVB는 미 서부지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을 주요 고객으로 대출업무를 한 은행입니다. 이런 은행이 파산하니 미국에 큰 쇼크가 발생한 겁니다.

SVB는 왜 파산했을까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초저금리와 미국 정부 지원 등으로 IT업계가 호황을 맞으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SVB는 많은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줬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된 금리인상과 함께 스타트업 실적이 부진해지자 SVB는 현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SVB는 자금흐름 문제를 해결하고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 210억 달러(28조 원)를 매각해 조달했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 급등으로 미 국채는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집니다. SVB는 예금이 줄자 18억달러(2조34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며 이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이 손해가 발표되자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소식으로 SVB에 예금했던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려고 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인출이 가능한 만큼 뱅크런 사태까지 일어납니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SVB예금을 전액 보호하기로 하며 급한 불을 껐습니다.

예금자보호한도 갑절로 늘려야
미국 정부가 파산한 SVB에 대한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놓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목소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만원이던 예금자보호한도를 2001년 5000만원으로 높였고 이후 23년째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려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란 목소리가 큰 것입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일까요? 우리나라는 주변국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25만달러(약 3억2787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어 호주가 25만 호주달러(약 2억1600만원)로 뒤를 잇습니다.

유럽연합(10만유로=1억4000만원), 영국(8500만파운드=1억3582만원), 일본(1000만엔=1억3만원), 캐나다(10만캐나다달러=9544만원), 중국(50만위안=9400만원) 등도 우리나라보다 높습니다.

경제 규모도 있고, 물가도 올랐으니 한도를 1억원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1만1561달러에서 지난해 3만4758달러로 3배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예금보험 대상인 부보예금 총액은 550조원에서 2534조원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한도는 그대로니 이제는 올릴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을 넘는 예금 비율은 지난해 6월 기준 65.7%, 1152조7000억원으로, 2017년 724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8월까지 예금자보호한도를 포함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자금 쏠림 등 부작용 우려도
만약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 원으로 올라가면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자금쏠림’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 원으로 올리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미국의 사례를 살펴봐도 한도 상향 후 저축은행 자산은 3년간 56% 증가한 데 비해 은행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은행 입장에선 예금보험료만 늘고 저축은행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전액 보호 등 지나치게 높은 한도는 자칫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시절 한시적으로 전액 보호를 결정했다가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고금리 특판에 나서면서 이 조치가 조기 종료된 전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보증하는 예금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 소비자들은 이자를 더 받기 위해 다소간의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예금을 맡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건전성이 취약해도 예금자 보호를 핑계로 예금을 끌어 모으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돈 맡긴 은행은 과연 튼튼할까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예금한 은행이 과연 튼튼한지 의문이 생깁니다. 재무건전성 지표를 활용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총자산이익률(ROA·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의 비중) 등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 비율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부실채권 등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얼마인지를 알아보고 그 비율을 책정해 놓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BIS비율 8%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8%는 은행에서 고객들과 100억 원의 거래를 하기 위해선 은행 내부에서 최소 8억 원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총여신 중에서 부실채권 현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입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은행이 보유한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합니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고정이하여신비율이라고 얘기하는데 이 비율이 8%를 넘어선다면 안전하지 않다고 봅니다.

은행이 얼마나 건강한지 확인하기 위해선 수익구조도 살펴봐야 합니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ROA입니다.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 비율을 보는 것인데요. 만약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면 이 은행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은행 지점에서 안내하는 예금보험공사 예금자보호 안내문. [사진출처 = 연합뉴스]
원금·이자 합쳐 은행별로 분산 예치 …우체국은 전액 보장
예금보험제도를 잘 활용하려면 한도(원금+이자 5000만원)에 맞춰 분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예금을 목돈으로 굴리려면, 여러 금융사에 예금자보호한도만큼 넣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A은행 5000만 원, B은행 5000만 원 나눠서 저축하면 최대 1억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는 겁니다.

예금보험제도의 적용 대상은 △은행 △투자중개업자(증권사, 선물회사 등) △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입니다. 해당 금융사에서 내놓은 상품이 예금자 보호 대상인지는 각 금융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은행권 온라인 계정에서 ‘거래내역 조회’ 또는 ‘가입상품정보 조회’ 등을 검색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국가 기관인 우체국은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국가의 지급 책임)에 따라 예금을 맡긴 모든 금액을 국가가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맡긴 예금의 전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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