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장-시의회 ‘힘겨루기’에 애꿎은 시민만 피해…안동시 안팎서 벌어진 신경전, 왜?
경북 안동시의회가 권기창 안동시장의 공약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작된 시장과 시의회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권 시장이 최근 안동시의원이 추진하는 주민숙원사업의 중단과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지역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안동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예산안 심사에서 201억원을 삭감했다. 이는 총예산(1조4000억원)의 1.4%다.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예산에는 안동-예천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한 3개 항목의 예산이 포함돼 있다. 수돗물 반값 공급의 근거가 되는 수도 관련 개정 조례안 및 예산, 안동·임하댐 물을 대구로 공급하기 위한 광역상수도 공급 기본계획 용역비, 행복택시 시범사업비 등도 삭감됐다.
이들 사업은 모두 권 시장의 핵심 공약사항이다. 의회 심사에서 수백억원의 사업 예산이 잘려나간 건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안동시의 판단이다.
이후 안동시는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에 해당 사업을 그대로 올렸고, 안동시의회는 관련 지원조례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재차 삭감했다. 추경에서 재삭감된 예산은 163억원으로 안동시가 요구한 전체 사업비(2255억원)의 7.2%다.
자신의 공약사업에 대해 시의회가 연거푸 제동을 걸자 권 시장은 지난 17일 간부회의에서 “주민숙원사업비 집행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사업 집행이 타당한 지 전수조사를 벌일 것도 요구했다.
주민숙원사업은 지역구 기초의원 당선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안동시 안팎에서는 지자체장이 해당 사업의 중단과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의회와 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다”고 본다.
여기에다 일부 시민단체가 기초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며 반발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시의회의 공무원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전공노 안동지부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소규모 주민 숙원 사업예산을 둘러싸고 시의원과 면장 간 갈등이 시의회의 인사개입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며 “해당 시의원이 안동시에 면장에 대한 인사 조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약사업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안동시 내부에서도 시의회·시장 싸움에 공무원 등만 터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주민숙원사업 전수조사 등은 실효성이 없는 행정력 낭비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시장과 시의회 갈등이 행정력 낭비와 주민숙원사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애꿎은 시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주민 김모씨(50대)는 “수돗물 반값 공급과 행복택시 등은 시장의 공약사업이면서도 지역민을 위한 사업이고, 주민숙원사업도 시의원이 아닌 말 그대로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다”며 “시장이든 시의원이든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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