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도 부르면 온다’...리조트 누비는 ‘AI 배송 로봇’
국내 최대 규모 제주신화월드서 5대 운영
24시간 ‘로봇 편의점’...로봇이 엘리베이터 자동 탑승, 자율 주행
지난 25일 오후 2시쯤,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화월드 리조트의 안내 데스크. 직원 노트북에 ‘맥주(3500원), 콜라(2500원)’ 등 주문 내역이 떴다. 3506호 객실에서 투숙객이 스마트폰으로 ‘로봇 편의점’ 웹사이트에 접속해 주문한 것이다. 이를 확인한 직원은 노트북 화면에 뜬 ‘배달 로봇 호출’을 눌렀고, 높이 1m에 폭 40cm 남짓한 인공지능(AI) 로봇이 직원 앞으로 왔다. 직원이 로봇 몸통에 있는 서랍을 열어 상품을 넣고, 모니터의 ‘배송 시작’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뒤를 돌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내 데스크에서 출발한 로봇은 “다음 장소로 이동 중입니다”라는 음성 메시지와 함께 최대 시속 3.6km로 움직였다. 로봇은 모니터에 달린 카메라로 사물과의 거리를 인식하는데, 이날 배송 도중 한 아이가 “우와 신기하다”며 뛰어오자 멈춰 섰다. 승강기가 가까워지자 별도 조작 없이 승강기가 도착했고, 원하는 층 번호가 자동 입력됐다. 탑승 이후에는 급하게 내리는 손님 때문에 문이 닫혔다 다시 열리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위험으로 인식해 배송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내기도 했다.
10여 분이 지났을 때쯤, 로봇은 건물 3층에 있는 3506호에 도착했다. 안내 전화를 받은 투숙객이 복도에서 상품을 챙긴 뒤 서랍을 닫자, 로봇은 원래 있던 안내 데스크로 돌아갔다.
◇”24시간 일하는 로봇으로 구인난 해결”
건물 면적만 2만제곱미터(㎡) 이상, 총 2000여개 객실을 보유한 제주신화월드를 누비는 이 ‘직원’은 KT의 AI 실내 배송 로봇이다.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음식점의 서빙 로봇과 달리, 기기마다 LTE 모듈이 있어 끊김 없이 통신망 연결이 가능하다. 직원이 주문대로 상품을 로봇 서랍에 넣기만 하면, 로봇이 알아서 승강기를 타고 배송을 마친 뒤, 설정된 위치로 돌아온다. 배송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KT 측은 AI 로봇이 사용의 편리성과 더불어, 사업주의 구인난 해소와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제주신화월드만 해도 코로나 기간 동안 2000명 넘는 임직원이 퇴사했고, 여전히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특히 룸 서비스는 외출이 어려운 야간에 요청의 70% 이상이 몰리는데, AI 로봇은 24시간 동안 인건비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했다.
KT 측에 따르면, 제주신화리조트는 지난 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총 5대의 AI 로봇을 운영해, 1300회의 배송으로 운행거리 12만km를 기록했다. 랜딩관(객실 615개)에서는 객실에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편의점 로봇 2대로 100만원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KT “AI 로봇으로 ‘스마트시티’ 선도”
KT는 앞으로 통신 역량과 AI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시티’ 구축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상호 KT AI 로봇사업단장은 “앞으로 건물과 도시는 해당 공간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융합돼 (로봇으로) 자동화 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만큼 로봇의 서비스 지연, 실시간 오류 수정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KT는 음식점에서 서빙·퇴식 등을 수행하는 ‘서비스 로봇’, UVC(자외선 파장) 살균과 공기청정 기능이 있는 ‘방역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방역 로봇의 경우, 대당 가격은 2000~3000만원 수준으로, 정액 요금제는 월 100만원(12개월), 81만원(24개월), 75만원(36개월) 등이다.
리조트에 사용되는 ‘AI 실내 배송 로봇’은 현재 가격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리조트는 서비스 면적과 주변 환경에 따라 통신망 구축 비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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