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금송아지' 찾아내는 김정연, "장롱문을 열게 한 아모르파티"(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일명 ‘찾아가는 진품명품’으로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집에 숨겨져 있는 옛 물건을 찾아내 물건에 담긴 사연을 듣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KBS 전주 방송 총국 '우리 집 금송아지'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오후 7시 40분 첫 방송 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더니 4월9일 KBS 1TV '네트워크 특선 –남원 편'이 전국적으로 전파를 탔다. 매주 '우리 집 금송아지'를 찾기 위해 전라북도 곳곳에서 발품 파는 가수 김정연을 만나봤다.
KBS 1TV '네트워크 특선 – 우리 집 금송아지 남원 편'을 봤다. 국민 안내양 김정연을 격하게 반기는 어르신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지 않나?
코로나19로 고향 버스에서 하차한 지가 벌써 3년이 지났다. 요즘은 강산이 10년이면 변하는 게 아니라 서너 달 지나면 바뀐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바뀌는데 어르신들이 국민 안내양 김정연은 예전 그대로 기억해주시고 품에 안아주셔서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진다.
우리 속담에 ‘물은 흘러도 여울은 남는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도시의 정(情)과 달리 농촌의 정(情)은 늘 제자리에서 맴도는 여울처럼 애잔하면서도 속이 깊다는 걸 어르신을 통해 새삼스럽게 배우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되는 KBS 전주 방송 총국 '우리 집 금송아지'는 우리 핏줄에 돌고 있는 진짜 정(情)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집 금송아지' 어떤 프로그램인가?
'우리 집 금 송아지'를 기획한 유한주 PD의 기획 의도는 어느 집이든 하나씩은 장롱 안에 숨어 있기 마련인 금송아지를 세상에 선보이고 그 가치가 얼마인지를 알아보자는 거였다. 각 가정에서 소중하게 보관하는 물품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 진정한 가치가 얼마인지 감정가격을 매겨 보는 프로그램으로 KBS 'TV 쇼 –진품명품'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집 금송아지'가 진품명품과 다른 점은 MC가 발품을 팔아 직접 보물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농촌에서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신 집들은 하나하나가 민속박물관이자 살아 있는 생활사가 기록된 역사책이다.
그런데 정작 집 주인은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자식처럼 키우던 소가 팔려나가고 유품처럼 멍에만 남아 집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가 멍에를 찾아내서 감정위원단의 평가와 더불어 가격을 매긴다. 방치될 뻔했던 생활문화 유산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자긍심과 활기가 도는데 이런 점이 바로 '우리 집 금송아지'의 가치이자 지향점이다.
유한주 PD의 기획 의도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고 있어 진행자로서 참 뿌듯하다. 또 같이 진행하는 개그맨 정범균이 젊은 사람 시각으로 옛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어 주고 있어 이 또한 참 고맙다.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진진한 물품이 나오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보물은?
첫 회 '남원 편'을 시작으로 임실, 군산, 진안, 김제의 민속 보물이 시청자와 만났다. 매회 예측을 불허하는 물품들이 선보이는데 깜짝깜짝 놀라고 감동이 밀려온다. 그야말로 아모르파티(amor fati)다.
아모르파티 하면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가수 김연자를 떠올리는데 아모르파티는 19세기에 활동했던 독일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기도 하다. 니체도 언급한 아모르파티의 원래 뜻은 운명애(運命愛),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인데 전라북도 농촌 어르신들은 모두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아모르파티의 주인공이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지 않으면 대를 물려서 사용한 확독과 풋독, 키 등을 들고나와 자랑할 수 없다고 본다. 덩달아서 나도 아모르파티의 주인공이 되는데 첫 회 남원 편에서 자신이 입고 갈 수의(壽衣)를 직접 만드신 90세 어르신이 진정한 아모르파티의 주인공이다 싶다. 값을 매길 수 없는 효(孝)의 가치를 수의(壽衣)가 알려준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래서 '우리 집 금송아지'가 귀하고 귀하다.
KBS 사보(社報)에도 '우리 집 금송아지'가 대서특필 되었다고?
2023년 4월 12일(수) 자 KBS 사보에 '우리 집 금송아지' 기사가 실렸다. 보석 같은 지역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사인데 최효은 PD가 '우리 집 금송아지'의 진짜 주인은 금송아지 주인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50년대 초등학교 졸업사진, 3대가 모두 다른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은 금강산 관광 사진, 시집올 때 들고 왔던 놋요강 등 지극히 사적인 보물이나 생활용품이 주를 이루지만 때때로 정말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창고 깊숙이 방치해 둔 고가구에서 감정가 천만 원이 훌쩍 넘는 조선시대 양반가의 고문서 더미가 발견되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딱 한 채 남았다는 물레방앗간의 감정가에는 ‘억’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는 최PD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놋요강에 서리서리 얽힌 사연은 개인의 서사이면서 또 우리의 서사다. 이런 이유로 '우리 집 금송아지'가 회를 거듭할수록 지역을 넘어 전국의 보석으로 빛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라북도 곳곳을 다니다 보면 구면이신 분들도 많을 거 같은데?
국민 안내양을 또 만났다고 얼싸안고 빙글빙글 도시는 분들이 계셔서 깜짝 놀랐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고향 버스 하차 3년 세월이 무색하게 반겨주셔서 울컥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고향 버스를 안 타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직접 집으로 찾아오니 딸이 온 거보다 더 반갑다는 말씀 하실 때 이렇게 찾아뵙는 게 바로 효도라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
30대 후반에 고향 버스에 승차해서 40대를 건너 50대 초반에 하차했다. 지금 내 꿈은 고향 버스 안에서 내 손을 잡고 애환을 털어놓던 어르신들을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꼭 한번 다시 뵙는 거다. 어르신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을 국민 안내양이 어느 날 짠!하고 나타나 마이크를 대주면 또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 놓으실지 꼭 한번 또 뵙고 싶다.
지금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 화요 초대석과 청주 KBS '무대를 빌려드립니다'로 시청자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는 청주 KBS '무대를 빌려드립니다'는 매주 다양한 인물들이 출연해서 끼와 열정을 발산해줘서 나도 덩달아 에너지를 빵빵하게 채우고 있다. 그리고 가끔 종편에 출연해 살아가는 이야기, 건강 이야기 전해드리면서 지속적으로 시청자와 교류하고 있다.
⬝몇 해 전 출간한 자서전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국민 안내양 14년 차 되던 해에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를 출간했다. 이 책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패로 활동했던 시절부터 노찾사 출신 제1호 트로트 가수를 활동한 ‘노래의 결’과 국민 안내양으로 살면서 고향 버스에 만나 뵌 어르신들 이야기 ‘사람의 무늬’를 담았다. 내 인생의 날줄인 노래와 씨줄인 사람의 인연을 엮어서 쓴 책이고 나의 땀과 눈물을 담아서 많은 분이 지금도 책을 찾고 있다.
MC, 가수, 강연,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좋은 엄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오늘 하루는 생애 처음 맞는 시간이기 때문에 새롭다. 그래서 엄마의 삶이 매일 새로운 도전이다. 정말 제일 잘하고 싶은 분야가 아이를 기르는 양육이다. 태현이를 우리 사회가 원하는 좋은 어른으로 키우는 일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고, 또 하나 욕심을 낸다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 무대 진행과 가수, 그리고 토크쇼에서 길러 온 내공과 도전을 거듭해온 나의 삶을 담아서 김정연이 아닌 드라마 속의 한 인물로 살아보고 깊은 게 나의 꿈이다.
[사진 =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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