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리아서 미군 도발 잦아져…포상 위한 의도적 신경전?
우크라이나 사태 나비효과 분석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이 중동 시리아에서도 만만치 않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가 25일(현지시간) 나왔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미국은 반군을 각각 지원해왔다. 다만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12년간 지켜왔는데, 최근 러시아군이 이를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시리아에서 미군을 겨냥한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격화하고 있다”며 “두 초강대국 사이에 새로운 위험이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등 중동 지역 미 공군 책임자인 알렉서스 그린케이치 사령관은 “러시아군이 지난 3월부터 60회 이상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양측은 전투기 사이 거리를 3해리(약 5.6㎞) 이상 두고 비행하기로 약속했지만, 최근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전투기에 500피트(152m) 이내로 접근한 경우가 최소 2차례 이상이라고 그린케이치 사령관은 설명했다.
또 시리아 남부 지역에 있는 ‘알탄프’ 미군 기지 상공으로 러시아 전투기가 20여 차례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알탄프’ 기지에는 약 9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친이란 세력의 공격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러시아 전투기 비행은 미국으로선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제거 작전을 펼치고 있는 연합군 사령관 매슈 맥팔레인 소장도 “최근 몇 주간 러시아의 상공 침범이 이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WSJ는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도발이 급증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미군 무인기(드론)를 위협 비행 끝에 추락시킨 이후 러시아군의 사기가 올라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해당 사건에 관여한 러시아 병사가 포상을 받았고, 다른 조종사들이 이를 따라 하도록 러시아 정부가 독려했다는 것이다. 그린케이치 사령관은 “동료가 메달을 받은 모습을 보고, 자신도 저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옹호해 온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의 아랍연맹(AL) 재가입 등으로 국제무대 복귀가 임박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가 반군을 지원했던 미국에 사실상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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