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스프리 키위, 정밀조사 인증받아야 수출…우수 30%만 통과"

주동일 기자 2023. 4. 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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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뉴질랜드 힐 연구소 존 리브 연구원 인터뷰
수출품 적정 수확 시기 인증해주는 '키위 장인'

[뉴질랜드=뉴시스] 주동일 기자 = 힐 연구소의 존 리브 연구원이 건물중을 테스트하고 있다. 2023.04.06. *재판매 및 DB 금지


[해밀턴=뉴시스]주동일 기자 = "하루에 약 400개 농장의 키위를 테스트합니다. 통과되는 건 30% 정도에요. 통과하지 못한 곳은 다시 와야 하죠."

뉴질랜드 북섬의 해밀턴엔 힐 연구소(Hill Laboratories) 존 리브(John Reeve) 연구원이 테스트를 마친 키위 표본 앞에서 이달 초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힐 연구소는 키위 숙성도를 판별하는 연구소다. 농가에서 재배 중인 키위 샘플을 채집해 숙성도를 측정하고 가장 적당한 수확 시기를 판별해 주는 곳이다.

제스프리(Zespri)의 키위 농가들은 이곳을 비롯한 연구소에서 인증서를 받아야 키위를 수확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키위는 제스프리 상자에 키위를 포장하는 '팩하우스'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팩하우스에서 포장한 키위는 항구에 모아 각국으로 보낸다. 사실상 이런 연구소들이 제스프리 물류 시스템의 시작점인 셈이다.

각 농가는 이 연구소에서 자신들의 농산물이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판가름난다. 수확이 다가왔을 때 연구소에선 하루에 400개에 달하는 농가를 테스트한다.

각 농가는 약 90개 키위를 샘플로 보낸다. 이 중 통과되는 농가는 30%뿐이다. 나머지 농가는 다시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는 농가는 한 해에 두 곳 정도다. 이들의 키위는 친환경 재료나 주스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리브 연구원은 "힐 연구소는 제스프리 등의 요청을 받아 조사를 진행하는 곳"이라며 "뉴질랜드엔 이런 연구소가 네 곳 정도 더 있고, 요청을 받으면 60~70명이 농장으로 가서 샘플을 채취해온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키위 샘플의 무게와 농장 정보 등을 기록한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수확해도 될지 결정한다.

리브 연구원은 "가장 먼저 경도 테스트를 한다"며 집어든 키위의 껍질을 벗겨냈다. 드러난 속살을 테스트기에 댄 그는 "과육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는 것"이라며 "썬골드 키위는 기계로 적당한 색을 띠는지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다음 장소를 옮겨 '건물중' 테스트를 시작했다. 건물중이란 생물체에서 수분을 제거한 뒤 남은 무게를 말한다. 쉽게 말해 키위에 남아있는 탄수화물이 얼마나 많은지 재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추후 당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키위의 품질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뉴질랜드=뉴시스] 주동일 기자 = 힐 연구소에서 키위 샘플을 건조하는 모습. 2023.04.06.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원들은 키위를 균일한 두께로 자른 뒤 뜨거운 바람에 건조해 무게를 쟀다.

리브 연구원은 "얇게 썬 키위를 60도가 넘는 방에 8시간 정도 둔다"며 "타이머가 울리면 샘플을 꺼내 건물중을 잰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그린키위는 전체 중량에서 건물중이 17~20%를 차지한다. 썬골드키위는 20~24%에 달한다.

그는 마지막 테스트 단계인 당도 체크 구간으로 이동했다.

건물중 검사와 다른 점이 뭐냐고 묻자 "건물중을 통해 앞으로 키위가 익으면서 당도가 얼마나 높아질지 본다면, 당도 체크에선 현재 브릭스를 기준으로 얼마나 단 맛을 내는지 본다"며 "그린키위의 경우 일반적으로 건물중에서 2를 뺀 게 가장 이상적인 브릭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스프리의 그린키위는 보통 15~16브릭스 정도다. 썬골드 키위는 16~17브릭스에 달한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선 각각 6·8브릭스를 넘어야 한다.

리브 연구원은 키위 샘플의 한 면을 벗겨낸 뒤 기계로 당도를 확인했다. 이날 테스트한 키위는 6.4 브릭스로 수확 기준을 통과했다.

그는 "혹시 하루 동안 당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6브릭스가 되지 않는 키위도 다음날 한 번 더 검사한다"며 "수확 전에 당도가 잘 나오는지 미리 검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검사를 마친 키위 샘플들은 상자에 담아 가축 사료 등으로 활용한다. 수확철엔 매일 3만6000개 키위가 샘플로 나온다. 모든 과정을 통과한 농가는 인증서를 받아 '팩하우스'로 키위를 보낸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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