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급증에 美 대도시 빌딩 상업용→주거용 전환 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워싱턴DC, 뉴욕, 보스턴 등 일부 대도시에서 상업용 빌딩을 주거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향후에도 치솟는 사무실 공실률이 향후에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정부 관계자와 부동산 업계가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 시각) AP통신은 “팬데믹 이후에도 사람들이 도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는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라며 “도심 지역 상업 지구의 마지막 생명선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는 사무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도시 중 하나다. 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올해 초 도심 거주 인구를 1만5000명 늘린다는 목표 아래 사무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해 수행 중이다. 워싱턴DC 시내에는 이미 약 100만 평방피트의 사무실이 주거용으로 전환됐다. 바우저 시장은 이 규모를 600만 평방피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뉴욕시도 사무실 용도 전환에 팔을 걷어붙였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뉴욕시에 50만 명이 추가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뉴욕시는 주거용 빌딩 건설 제한 구역인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도 주거용 빌딩이 들어설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개발자가 일정 비율의 아파트를 시장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마리아 토레스-스트링어 뉴욕 부시장은 AP통신에 “구식 사무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실률을 낮추고 뉴욕의 주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상생 정책”이라며 “뉴욕 주민 7만 명 이상은 매일 밤 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 동안 뉴욕에 있는 약 80개의 사무용 빌딩이 주거용으로 개조됐다. 향후 10년 동안 뉴욕에는 약 200개의 사무용 빌딩이 주거용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약 2만 가구가 공급될 수 있다.
피츠버그, 보스턴, 시애틀도 사무실 공실률 낮추기에 사활을 걸었다. 에디 게이니 피츠버그 시장은 지난 1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시내를 활기차고 활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활용도가 낮은 사무실을 전환해 저렴한 주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은 지난 10월, 더 많은 주택을 마련하는 다운타운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중 일부는 사무실을 용도 변경해 마련할 계획이다. 시애틀은 이번 달부터 사무실 건물 소유주와 디자인 회사가 용도를 변경하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지방 도시의 정부가 나서 사무실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미국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7.8%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12.2%)보다 5.6%포인트 증가했다. 도시별로 보면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29.4%, 휴스턴 23.6%, 필라델피아 21.7%, 워싱턴 DC 20.3%다.
하지만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실 건물의 구조상 자연 채광이 부족하고 발코니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보통 한 개 층에 2개의 화장실만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수백 개의 욕실과 주방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부동산 투자 관리 개발회사인 빅트릭스의 아누프 데이브 최고경영자(CEO)는 환경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많은 건물에는 석면이나 석면과 유사한 물질이 많다”며 “건물 개조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용도 전환이 이뤄지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더라도 도심을 떠난 이들이 되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AP통신은 “사무실을 개조하는 것만으로 도심 지역 전체를 되살리긴 힘들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도 쉽지 않다”며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도심에서 거주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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