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상에 ‘개러스 에반스’·특별상에 ‘강요배 화백’
“제주4·3추구 평화 인권 민주 가치와 밀접”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개러스 에반스(Gareth Evans·78) 호주 전 외교부 장관이, 특별상 수상자에는 강요배 화백(71)이 선정됐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제5회 4·3평화상’ 수상자로 개러스 에반스 호주 전 외교부 장관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호주 출신인 개러스 에반스 전 장관은 변호사·정치가·외교관·국제 활동가로 활동해왔다. 호주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에서 평화와 인권 가치를 구현하는 데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캄보디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한 ‘캄보디아 유엔 평화 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캄보디아의 평화를 정착시킨 ‘파리 평화조약’ 체결에 기여했다. 캄보디아 문제 해결을 계기로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 학살이 발생할 경우 민간인 보호를 위해 유엔이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보호책임’을 국제규범으로 만들고 이를 실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개러스 에반스는 또 핵 확산 방지 및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도자 네트워크(APLN)를 창설하고 의장을 역임하는 등 핵무기 확산 방지와 화학무기 금지를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평화와 인권·민주주의를 옹호하는 활동과 함께 수많은 저서와 학술논문·보고서도 출판했다. 2010∼2019년 호주국립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호주국립대 명예교수로 옥스퍼드·케임브리지·프린스턴·예일·스탠퍼드 등 여러 대학에서 강연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4·3평화상위원회는 “개러스 에반스의 노력이 제주4·3이 추구하는 평화와 인권·민주 등의 가치와 밀접히 연관돼있다”면서 “미얀마 사태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인권이 경시되고 국가 폭력이 만연한 오늘날 그의 4·3평화상 수상이 세계를 향해 매우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요배 화백 4·3실체 미술작품 재현
전시 통해 동백꽃 4·3 상징되기도
특별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은 제주 출신이다. 4·3의 실체를 미술작품으로 재현해 세상에 알리고, 4·3진상규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 화백은 1988년 ‘한반도는 미국을 본다’는 주제의 동인전을 계기로 고향 제주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람의 죽음,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분과 눈물, 침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1989년 제주에서 4·3 유적지를 순례한 뒤 3년여 작업 끝에 1992년 서울에서 제주민중항쟁사전을 열었다. 당시 전시된 50점의 4·3 연작은 4·3을 전혀 몰랐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4·3 50주년이던 1998년에는 ‘동백꽃 지다’ 전시회에서 14점을 선보였다. 특히 이 전시회는 제주도민의 저항과 비극을 처참하게 표현함으로써 4·3특별법 제정의 동력이 됐고, 동백꽃이 4·3의 상징이 되는 기점이 됐다.
2008년 4·3평화기념관 개관 기념 특별전 ‘강요배의 4·3역사화-동백꽃 지다’, 2018년 ‘메멘토, 동백’전을 열면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작품은 80여점에 이르게 됐다. 그는 또 1994년 제1회 4·3미술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4·3 역사작품을 다루면서 4·3미술을 이끈 선구자이자 4·3미술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3평화상위원회는 “강 화백은 26년간 4·3 연작 전시를 통해 4·3 실체를 생생히 알렸다”면서 “평화상 제정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달 30일 오후 5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다. 4·3평화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달러(한화 6600만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달러(한화 1300만원)가 각각 수여된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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