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에 3조 원 투자하는 넷플릭스...업계의 기대와 우려

"대규모 투자금 한국 콘텐츠 산업 유입 긍정적."
"토종 OTT 등 국내 플랫폼과 성장 불균형은 우려."
"넷플릭스 쏠림 현장 계속될 경우 다양성 저해될 수도."

넷플릭스 [AP 제공]

넷플릭스가 향후 4년 간 'K-콘텐츠(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제작 활성화를 기대하는 한편, 플랫폼 시장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24일(현지시간)부터 방미 일정을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문 첫 공식 일정으로 워싱턴DC 시내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서랜도스 CEO를 비롯한 넷플릭스 경영진을 만났다. 이후 윤 대통령은 "서랜도스 대표가 앞으로 4년간 K 콘텐츠에 25억 달러, 약 3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서랜도스 CEO도 "25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4년 간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 쇼의 창작을 도울 것이다. 이 금액은 저희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선 넷플릭스의 이 같은 결정이 아주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한 한 PD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한국 콘텐츠는 복덩이"라며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력과 수익성을 수년 간 지켜봐 왔다. 콘텐츠의 경쟁력에 대한 고려 없이 내린 결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노력도 있겠지만, 그간의 성과와 연결 선상에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 또한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보이면 투자를 늘리고, 그렇지 않으면 축소할 것이다. 시즌1이 잘 돼야 시즌2를 제작하는 것처럼, 철저히 결과를 보고 투자를 하는 조직"이라며 "한국 콘텐츠는 그간 투자 대비 성과가 두드러졌다. 효율면에서 봤을 때 예상 가능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한해 동안 약 5500억 원을 투자했고, 2022년에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약 8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 경영진이 약속했다는 4년 간 3조 3000억 원은 연 8000억 원 수준으로, 일부 관계자들은 "투자 규모의 흐름을 봤을 때 실제 투자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보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투자가 반길만한 결정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오리지널 시리즈 PD는 "배경이야 어떻든 큰 규모의 투자금이 한국 콘텐츠 산업에 유입된다는 점은 당연히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방미 일정에서 첫 일정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 영상 업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정부가 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업계의 우려도 없지는 않다. 넷플릭스가 독점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 판권, 해외유통권 등을 모두 가져가면서 국내 제작사가 넷플릭스의 하청 기지가 될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 넷플릭스와 협업했던 제작사 관계자들은 "작품마다 계약 조건이 바뀐다거나 금액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전제로 봤을 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크게 없었다. 처음에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수용한 뒤 진행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불합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결국 넷플릭스의 손을 잡을지 말지 콘텐츠 제작사의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를 드러낸 것은 국내 플랫폼 시장의 불균형이다. 국내 한 방송사 관계자는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제작비 상승이 이어질 것이고, 토종 OTT나 국내 플랫폼들은 이제 합병하거나 글로벌 진출을 하지 못하면 자본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며 이는 결국 콘텐츠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제작사 관계자 또한 "넷플릭스 독주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고 하면서도 "다만 이는 넷플릭스를 향한 콘텐츠 쏠림보다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는 제작사와 그렇지 못한 제작사간의 불균형이다. 그런 면에서 토종 OTT나 국내 다른 플랫폼들이 발맞춰 같이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시리즈 PD는 "최근 tvN에서 수목극 편성을 잠정 중단한다는 뉴스를 봤다. 어떤 이유로든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라며 "넷플릭스와 별개로 국내 플랫폼의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된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있었고, 그 사이에 이미 한국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얻고 인정을 받았다. 그런 콘텐츠가 향후에도 끊임없이 만들어져서 지적재산권이 국내로 유입되고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플랫폼이 밀린다면 콘텐츠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몇 개의 글로벌 OTT 기준으로만 콘텐츠 제작이 결정되는 상황이 온다면,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참신함이 퇴색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YTN star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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