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봄철 황사·미세먼지는 ‘중국발’?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2023. 4. 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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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일대 아파트단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에 시달렸던 지난 3년 동안 잠잠했던 미세먼지가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짙은 ‘황사’다. 온 세상이 누런 먼지로 가득 채워져 버렸다. 이달 들어 전국의 미세먼지(PM10)가 ‘매우 나쁨’ 수준을 훌쩍 넘어선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숨을 쉬기도 어렵고, 눈도 뻑뻑하다. 일상회복과 함께 시원하게 벗어 던졌던 실외 마스크를 다시 찾아 써야 했다. 들불처럼 번지는 산불과 극심한 가뭄 탓에 애타게 기다렸던 봄비도 지저분한 ‘황사비’로 변해버렸다. 바다 건너 일본도 황사로 힘겨운 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난데없이 중국이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우리에게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황사를 ‘중국발’이라고 부르면서 ‘재난’이나 ‘지옥’ 같은 선동적인 용어까지 들먹이는 우리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달라는 요구다.

특히 이번 황사는 중국이 탓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몽골에서 시작된 초대형 황사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징의 황사는 우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황사로 자욱한 베이징 시내. 연합뉴스 제공

● 황사는 중국 탓이 아니다

우리에게 황사는 흔히 ‘중국 서북부 건조‧황토 지대에서 발생하는 모래 먼지’로 소개된다. 그런데 중국에서 ‘모래 먼지 폭풍’(沙塵暴)이라고 부르는 황사(黃砂)의 정체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는 대부분 고비‧타클라마칸 사막과 내몽골(네이멍구자치구)의 건조지대에서 발생한다.

장강(長江) 상류의 황토고원에서 발생하는 황사도 있고, 만주 지역의 황무지에서 발원하는 황사도 있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경로도 요동반도‧황토고원‧만주 등으로 복잡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에 유입된 황사 중 81%가 고비‧타클라마칸‧내몽골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동서 6400km, 남북 600km에 이르는 광활한 이 지역이 전부 중국에 속한 것은 아니다. 상당한 부분이 몽골의 영토다. 올봄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뒤덮은 황사는 몽골의 영토에 속하는 건조지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물론 중국의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황사도 있다.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황사를 ‘중국발’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내려와서 발생하는 한파를 ‘러시아 한파’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일본을 거쳐 왔다고 ‘일본 경유 태풍’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건조지대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의 피해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은 황사만이 아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하는 모래 폭풍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 남부에도 영향을 주고, 심지어 미국의 플로리다까지 날아간다. 사하라 사막에서 발원한 모래 폭풍에는 미스트랄‧캄심‧하부브‧시로코‧시문 등의 다양한 이름이 사용된다. 어쨌든 특정 국가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건조지대 주민들이 과도한 목축 활동으로 사막화를 부추겨서 모래 폭풍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섣부른 것이다. 사막화와 모래 폭풍은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도도한 자연의 변화다. 오히려 거친 자연환경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유목민들에 대한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막화‧건조지대화는 대륙의 중앙부에서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영양물질이 물에 녹아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일이다. 영양물질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사막에서 시도하는 녹화 사업은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중국의 문제 제기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단순히 황사의 책임을 몽골에 떠넘기려는 얄팍한 꼼수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이웃 국민의 입장을 애써 외면해왔던 우리의 무신경‧무감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

실제로 이웃 국가를 함부로 비하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은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감염병의 경우에도 국가‧지역‧동물의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 2015년 메르스(MERS) 이후 공연히 혐오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뒤늦은 반성에 의한 변화다. 우리가 그런 노력을 외면하고 굳이 ‘중국발’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자칫하면 누워서 침 뱉기가 될 수 있다.

황사로 흐릿한 북녘. 연합뉴스 제공

● 기상청이 담당해야 할 자연적인 기상 현상

습도가 매우 낮은 건조지대에서는 수증기에 의한 온실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건조지대에서 대기의 특성은 시시각각 돌변할 수밖에 없다. 수시로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불안정한 상태가 반복된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의 토네이도와 같은 강한 상승 기류를 동반하는 엄청난 규모의 회오리바람도 수시로 발생한다.

모래 폭풍이 발생하는 지역의 상황은 참혹하다. 상승 기류를 따라 올라간 모래 먼지의 절반 정도는 중력에 의해 인근 지역에 내려앉아 거대한 모래 언덕(砂丘)을 만든다. 마을‧가옥‧가축이 통째로 모래 언덕에 묻혀버린다. 물론 인명 피해도 발생한다. 베이징도 끔찍한 모래 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징의 서북쪽 70km까지 모래 언덕이 접근하고 있다.

지표면에서 5km 이상 올라간 가벼운 미세먼지(PM10)가 강력한 편서풍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하강 기류를 만나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이 황사다. 그래서 황사는 언제나 강한 바람과 함께 찾아오기 마련이다. 

황사는 그런 과정에서 등장하는 지극히 자연적인 기상 현상이다. 황사의 발원과 이동은 물론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과정에 기상학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런 황사의 예보는 당연히 일기예보를 전담하는 기상청의 업무일 수밖에 없다. 대기 환경의 행정적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가 섣부르게 떠맡을 일이 절대 아니다. 

황사의 화학적 조성은 발원지의 토양에 의해 결정된다. 황사는 주성분인 실리카‧알루미나에 마그네슘‧철‧타이타늄‧망가니즈‧납 등의 금속 산화물과 탄산칼슘 등의 탄산염이 불순물로 포함되어 있다.

황사의 입자가 중국의 산업지대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중금속과 같은 독성 오염물질에 의해 오염될 수 있다는 주장은 믿을 것이 아니다. 산업지대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지상에서 고작 1km 범위의 대류권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인 황사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시정(視程)을 악화시키고, 햇빛을 차단해서 기온을 떨어뜨린다. 식물의 잎에 달라붙은 황사는 광합성을 방해하고, 잎의 기공을 막아서 식물의 생장에 장애를 일으킨다. 인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정밀 기계도 손상시킨다.

그렇다고 황사가 생태계에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매년 한반도에 떨어지는 황사의 양이 무려 8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 황사가 농작물의 생장에 필요한 광물질을 공급해주고, 황사에 포함된 염기성의 석회‧산화마그네슘‧탄산칼슘이 표토층의 산성화를 막아준다.

실제로 황사가 밀려올 때 내리는 빗물은 pH 7.3으로 평소보다 더 염기성이다. 황사가 적조(赤潮)를 해소시켜주고, 해양 생물에게 필요한 무기물과 유기물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파란 하늘 아래 미세먼지 띠. 연합뉴스 제공

● 국지적 미세먼지와 확실하게 구분해야

황사는 도시‧산업지대‧농지에서 인류학적 이유에 의해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PM10)나 초미세먼지(PM2.5)와 분명하게 구분된다. 인류학적으로 발생하는 미세‧초미세먼지의 규모는 거대한 모래 폭풍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그런 미세먼지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대기 중으로 퍼져서 흩어져 버린다. 그래서 인류학적 미세먼지는 황사와 달리 대기가 정체되어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에만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인류학적 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도 황사와 분명하게 구분된다. 인간의 활동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기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그리고 암모니아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미세먼지에 인체와 환경에 위험한 중금속이 상당히 들어 있다는 우려는 섣불리 믿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산업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류학적 미세먼지의 관리는 황사의 예보와 확실하게 구분되어야만 한다. 인류학적 미세먼지는 발생‧이동‧피해의 모든 면에서 황사와 확실하게 다른 특성을 가진다. 농도가 짙어진다고 미세먼지가 황사로 바뀌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국민들이 미세먼지와 황사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지나친 것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대부분 중국발이라는 인식은 근거가 충분치 않다. 중국의 산업지대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서해를 건너오는 동안 바람에 의해 흩어져 버리거나, 바다로 내려앉아 버릴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상 상태에 따라 중국의 오염물질이 한반도로 이동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된 수도권과 비료‧퇴비의 사용량이 많은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초미세먼지까지 중국발이라고 잘못 인식해서는 안 된다. 감정적으로 중국을 탓하는 모습도 볼썽사나운 것이다. 우리가 발생시키는 미세‧초미세먼지의 양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작정 남의 탓을 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9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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