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띵동!" 객실문 열어보니 맥주 배달 온 턱시도 로봇
기사내용 요약
KT, 제주신화월드에 AI 실내배송로봇 5대 도입…편의점·어메니티 배송
"로봇 통합관제 기능 강화해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구축에 기여할 것"
[제주=뉴시스]윤정민 기자 = "객실에서 편의점 한 번 가기 꽤 어렵겠는데?"
기자가 지난 25일 찾은 제주신화월드의 첫인상은 이 질문으로 시작했다. 부지 면적만 250만㎡, 객실 수만 2000여개 이상이라고 하니 첫 방문 투숙객으로서 밤에 간단하게 맥주 한잔하러 편의점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파란색 턱시도 차림인 1m 크기의 로봇이 사람 걷는 속도만큼 움직이며 기자 옆을 지나갔다. 무슨 로봇인가 궁금해 따라갔다. 엘리베이터에 스스로 탄 로봇. 엘리베이터는 로봇에 목적지인 3층에 섰다.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나와 특정 객실까지 이동했다. 로봇이 객실 앞에 도착하자 투숙객이 나와 로봇 맨 위 서랍에 있던 마른오징어, 맥주를 꺼냈다. 이 로봇이 호텔리어를 대신해 음식을 배달한 것이다.
배달을 마친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가더니 다른 객실로 향했다. 해당 객실 투숙객이 나오더니 로봇 두 번째 서랍을 열고 감자칩과 사이다 캔을 꺼냈다. 음식 배달을 마친 로봇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G층(지상층) 체크인 데스크 앞으로 돌아갔다.
이 로봇의 이름은 '똣똣', 따뜻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에서 따온 '똑똑한 로봇'이라는 뜻으로 KT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실내배송로봇이다.
KT는 최근 제주 서귀포 제주신화월드에 '똣똣' 5대를 보급했다. KT는 이 로봇이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 아래 최대 3곳의 객실에 호텔 어메니티(편의용품), 편의점 물품 등을 한번에 배송하는 멀티 배송 기능을 수행한다고 전했다.
로봇 배송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로봇이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과 연동해 건물 내 곳곳을 누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로봇 주행에 필요한 지도를 그리고 로봇 운행과 원격 관제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건물 내에 구축해야 한다. 건물 내 네트워크 음영을 파악해 해소해야 하고 어떤 제조사 로봇을 활용하더라도 다수 기기 간 연동할 수 있어야 한다.
KT는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자 엘리베이터, 주문·결제 애플리케이션, 출입문, 인터폰, 저온 유통체계 등 로봇 사용에 필요한 인프라를 하나로 연결할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 '로봇 메이커스'를 구축했으며 제주신화월드에도 이 플랫폼을 적용했다.
'똣똣'으로 호텔리어 인력난 해소…"수요 따라 '똣똣' 추가 도입 검토"
제주신화월드가 '똣똣'을 도입한 이유는 인력난에 있다. 제주신화월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객 수가 줄어들면서 직원들도 줄지어 퇴사해야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엔데믹에 접어들자 호텔 측이 대규모 채용에 나섰으나 예전만큼의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음료·주류, 과자류 등 식료품을 객실에 배송해 달라거나 호텔 어메니티를 추가해 달라는 호텔 투숙객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현재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KT와 제주신화월드는 투숙객 수요를 반영해 편의점 주문 및 호텔 어메니티 배송 서비스를 우선 개시하기로 했다.
서비스 방식은 다음과 같다. 투숙객이 객실에 있는 객실별 고유 QR 코드를 인식하면 로봇 편의점 안내창이 뜬다. 음료·주류·과자류 등의 상품을 고른 후 결제까지 마치면 주문 정보가 호텔 사무실에 전달된다.
호텔리어가 주문 목록에 있는 물품을 '똣똣' 서랍에 담으면 '똣똣'이 주문한 객실로 출발한다. '똣똣'이 초속 1m의 속도로 이동해 장애물을 피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 문 앞으로 이동한다. 도착 시에는 객실 안에 있는 전화로 배송 도착을 알린다.
물품 수령이 끝나면 또 다른 배송을 위해 다른 객실로 이동하거나 충전 및 다음 배송 서비스 대기를 위해 사무실로 돌아간다. 이상호 KT AI로봇사업단장은 주문 접수부터 '똣똣'이 배송을 마친 뒤 사무실까지 돌아오는 데 평균 15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엘리베이터 국내·외 제조사와 로봇 연동 기술을 표준화해 올해 안에 더 빠른 속도의 실내 배송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러한 멀티 배송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지난달부터 랜딩관에서 204회, 메리어트관에서 14회의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배송 거리만 총 130.5㎞다.
양사는 투숙객 수요를 바탕으로 F&B 물품 배송, 룸서비스, 액티비티 물품 배송 등 제주신화월드 맞춤 로봇 배송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배송 서비스 수요가 늘면 '똣똣' 추가 도입도 검토할 예정이다.
"KT 로봇이 믿고 쓸 수 있다는 소리 듣는 게 목표"
KT는 제주신화월드 로봇 배송 서비스 등으로 로봇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구축에 기여할 계획이다. 방역, 청소, 순찰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이 수행해 건물, 도시의 디지털전환(DX)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이상호 단장은 우선 다음 달 초에 일부 방역로봇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TV 화면으로 지금 방역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운영되고 있는지, 공기 질 상태는 어떤지에 대한 것들을 통합 관제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KT가 국내 최대 서비스로봇 선도사업자로서 로봇 플랫폼만큼은 국내 어느 기업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단순히 로봇을 출시하는 걸 넘어 'KT 로봇은 믿고 쓸 수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라며 "(고객사가 요청한) 기능 중 미비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등 전사적인 품질 검증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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